▲ 이형준이 캐디로 함께 한 아내와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2일 경기 여주에 위치한 페럼클럽(파72, 7,232야드)에서 열린 2022시즌 KPGA(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제11회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천만원, 우승상금 2억5천만원) 최종라운드 이형준(30)은 보기 1개, 버디 5개를 잡고 4언더파 68타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70-73-67-68)로 동타의 이동민(37)과 연장 승부(2차전) 끝에 우승했다.

이형준은 지난 2019년 6월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투어 6승을 달성했다. 6승 가운데 4승은 가을에 기록했다.

지난해 7월 군복무를 마치고 코리안투어에 복귀한 이형준은 야마하-오너스K 오픈 이후 24개 대회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이형준은 제네시스 포인트 10위(3,437점, 이전 22위), 상금순위 4위(430,105,767, 이전 24위)로 도약했고 시드도 3년(2023~2025년)을 확보했다.

한편 연장에서 패한 이동민(37)은 2009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2014년 코리안투어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첫 승 이후 지난해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 투어 2승을 달성했다.

대회를 마치고 이형준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 우승 소감?
지난주 DGB금융그룹 오픈부터 샷감(구질)이 돌아오면서 쇼트게임만 잘 되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샷과 퍼트가 생각보다 잘 돼 1, 2라운드 톱10 진입이 목표였는데 3, 4라운드부터 버디가 많이 나와 우승까지 했다.

▲ 2타 차(공동 9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했다. 우승을 염두에 둔 플레이를 했나?
경기 전 2타였고 첫 홀 버디를 잡고 나니 1타로 좁혀졌다. 초반 ‘5타 정도 줄이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경기 중에는 ‘3~4타 정도 줄여야 우승권에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계속 1타 차로 앞서가는 동반자 이동민 선수를 따라잡겠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16번홀에서 동타가 됐다. 18번홀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우승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연장전 갈 것 같다’는 말을 해줬다.

▲ 보통 마음을 비우고 경기해야 우승한다고 하는데?
이전에 우승했을 때와 평상시 경기했을 때 우승을 생각하면서 플레이한다. 늘 내 위치를 확인하고 스코어 관리에 신경을 쓴다.

▲ 6승 중 4승을 가을에 기록했다.
잘 모르겠다. 이 때쯤 되면 어지러웠던 샷들이 정렬이 된다. 여름까지는 스윙할 때 뭔가 널널한 느낌인데 가을이 되면서부터 몸이 빡빡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울 때 보다 추워지면서 몸이 조금 굳는 느낌일 때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

▲ 군 전역 후 24개 대회 만에 우승했다. 복귀 후 시간을 돌아본다면?
지난해 전역 후 복귀하며 입대 전보다 기량이 낮아졌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짜증이 많이 났다.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과 실력 차를 느꼈다. 군 생활동안 체중과 샷 거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좋아졌는데 다른 부분은 모두 후퇴했다.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

▲ 군 복무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
퍼트가 힘들고 약 120m 거리 이내 샷이 안 좋아졌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늘었다.

▲ 이번 우승의 의미?
전역 후 성적이 안 좋아 시드 걱정도 했다. 입대 이전에는 컷 통과는 당연해 숙소도 5박을 예약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숙소 예약도 3박만 하고 계속 쫓기는 느낌을 받아 스스로에게 한심했다. 우승하면 예전의 페이스를 찾을 것이라 확신했다. 준우승도 필요 없고 오직 우승만인데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 페럼클럽은 난도가 높다. 경기 중 화(禍)를 주체 못해 스코어를 잃는 선수들도 종종 보인다. 본인은 어땠나?
짜증을 많이 내는 편이고 샷을 하고 실수가 나와 화가 나면 걸으면서 야드지북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오래가는 스타일은 아닌데 자주 화가 나긴 했다.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꾸 조금씩 실수로 기회를 못 살렸던 적이 있다.

▲ 아내가 캐디를 하며 2017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2번 우승했다.
경기 끝나고 울었는데 ‘수고했다’고 말했다. 2018년 아들, 2021년 딸을 출산한 아내는 아이들을 낳고 몸에 변화가 있어 캐디도 힘든 일이다. 이번 대회가 아내가 캐디로 나서는 마지막이다. 이후에는 하우스 또는 전문 캐디와 함께 한다. 아내와 함께한 대회에서 우승해 행복하다.

▲ 시즌 목표?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높아져 한 번 더 하고 싶다. 지난해 시즌 복귀 후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조건으로 메인스폰서(웰컴저축은행)와 재계약을 했다. 그 분들이 있었기에 이번 우승도 할 수 있었다.

▲ 18번홀 그린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이형준

사진제공=K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