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계룡대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 기념석에는 고대 로마의 군사 전략가인 베게티우스의 명언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언뜻 다소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안보 상황에서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명언이 아닌가 싶다.

공을 치려고 오는 일반인들에 많은 공감이 가지만 군인과 군 관계자가 운동하러 와 읽기에는 좀 불편해 보인다. 그런데도 이런 문구를 군부대 골프장 입구에 설치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물론 군인도 체력을 단련해야 하고 휴식도 있어야 하는데 가끔 나라 상황이 좋지 않으면 군부대 체력 단련장에 군인 출입이 제한되어 일반인 이용이 좀 수월해진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자주 생긴다는 것은 나라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니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공을 잘 치려면 당연히 연습장에 자주 가 프로에게 교습도 받고 라운딩을 실전같이 자주 하면서 다양한 기후조건에도 적응해야 한다. 또한 가는 곳마다 잔디 상태도 파악하고, 자기가 사용하는 골프채 별로 정확한 거리를 알고, 필요한 거리를 확실하게 칠 수 있는 실력으로 실전에 잘 임해야 한다.

대부분 주말 골퍼는 일단 골프 예약만 되면 신이 난다. 마치 여행 일정으로 마음이 부풀어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던 것처럼 함께 라운딩할 동반자를 하나하나 생각해 보고,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운동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오래된 사진첩을 보니 특이하게도 어릴 적 중학생 시절 단체로 교복을 입고 설악산으로 기차 타고 수학여행 갔던 참 촌스러운 사진이 있었다. 여행 떠나기 전날 혹시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처럼 라운딩이 잡힌 전날은 당연히 날씨 걱정이 많아진다.

이쯤 살다 보니 참 많이 무뎌져 어릴 적 꿈도 설렘도 그냥 시시한 느낌이 들고 말지만 그래도 골프 가방에 옷가지를 챙겨 넣다 보면 마음은 벌써 골프장을 향한다. 이어 멋진 샷을 꿈꾸며 지난번보다 낮은 스코어를 만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로 마음이 들뜨나 매번 ‘혹시나’가 결국 ‘역시나’가 되고 만다.

지금은 어린 시절에 비해 모든 것이 여유롭고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는 우리 아버지 세대와 지금 중장년들의 피나는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중장년들 학창 시절은 머리도 아주 짧게 깎아야 했고 북한의 남침을 대비해 방독면을 쓰고 화생방 훈련도 했다. 시범학교로 지정되면 군부대에서 참관하는 훈련으로 공부는 뒷전이 됐었고, 공습경보가 울리면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무조건 대피하며 실제로 낮게 날아오는 가상 적기의 공포감도 느껴야 했다.

지나간 이야기를 하면 “나 때는~”으로 매도되어 ‘꼰대’가 되기에 십상인 세상이니 뭐라 말할 수도 없다. 그래도 기성세대가 입 닫고 살면 기성세대들이 살면서 터득한 소중한 지혜도 당연히 전해지지 않는다.

골프를 잘 치는 분들에게 좋은 골프 경험을 듣고 골프 예절을 배우며 같이 라운딩하면서 소중한 ‘원 포인트 레슨’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결국 그 한마디 간단한 교습은 미래의 골프 돈내기에서 크게 터지는 일을 다행스럽게 막아줌을 알아야 한다.

전 국토를 피로 물들인 6‧25전쟁을 치른 지 이미 70여 년 지났고 대다수의 전쟁을 겪지 않은 국민은 나라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언제든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는데도 일부 국민은 슬픈 과거는 애써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며 그저 사는 데 너무나 바쁘다.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상대와 겨룰 때 스코어가 아주 중요하듯 골프 라운딩에서도 상대와 경기하면 점수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이는 말처럼 절대로 쉽지 않고, 공을 잘 치려고 하면 할수록 힘이 들어가 점수는 자꾸 늘어나게 마련이다.

평화 시대에 간첩 이야기가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북한과 대적하고 있는 우리는 나라와 국민의 안위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간 간첩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지 오래되어 그동안 나라가 안전한가 했는데, 지난해 북한에서 지령과 자금을 받은 간첩 일당을 오랜만에 잡았다고 들었다.

골프를 잘 치려면 당연히 나라 경제도 잘 돌아가야 하고 평화적으로 안정돼야 하는데 “만약에 간첩들이 활개를 쳐 나라가 위태롭고 전쟁이 발발해 식량 자급자족도 어려우면 골프장에 콩이라도 심어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신 분이 계셔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러나 곰곰이 우리나라의 지난 역사를 생각해 보니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시기는 정말로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골프도 연습을 잘해야 실제 경기에서 우승할 수 있듯이 군사훈련도 실전같이 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군대는 본연의 임무인 국가수호와 국민의 안위보다 장성들이 모여 군내 성희롱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별들의 특별한 회의가 있다고 한다.

베게티우스 명언처럼 우리는 진정 평화를 원하므로 전쟁을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하듯 골프로 재미 삼아 하는 간단한 돈 내기에서도 터지고 울면서 집에 오지 않으려면 연습장에도 열심히 가야 한다.

그래도 이상하게 공이 잘 안 맞으면 이유 불문하고 경험 많은 골퍼나 티칭프로에게라도 교습을 꼭 받아야 한다.

골퍼가 80대 반열에 들어가면 흔히 말하기를 골프 연습장에 가 본 지 오래됐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70대 진입이 어려우나 라운딩하고 그날 스윙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연습장에 가는 골퍼는 70대를 기본으로 유지하는 듯하다.

라운딩을 마치고 헤어지는 길에 친구가 “딴 돈 잘 보관할 테니 연습 많이 하고 다음에 찾아가지~”라며 약을 올려 “그래~ 칼을 빡빡 갈고 올 테니 1원도 쓰지 말고 그대로 가져와~” 했는데, 그다음 라운딩에서 OB가 나니까 또 한마디하기를 “칼을 너무 갈아 칼날이 뒤짚어졌군~ 크으~”라고 하면 분명 웬수가(?) 맞다.

오늘의 결론은 “연습을 실전같이 실전을 대회같이” 임하는 골퍼가 될 것인가, 아니면 슬슬 재미 삼아 즐기는 골퍼가 될 것인가는 오로지 본인만이 선택할 일이 아닌가 싶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