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자료사진=KPGA 제공)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캐디를 부를 때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있든 젊은 사람이든 무조건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무척 이상했었는데, 필자 역시 처음 ‘언니’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라운딩에서 캐디 호칭을 잘 몰라 ‘캐디님’이라고 하니까 머리를 올려주시던 분께서 그냥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해 무척 이상하게 들렸지만,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언니’라고 부른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동성의 손위 형제를 일컫고 부르는 말로 여자 형제 사이에 많이 쓰이는 말이다. 혹은 남남끼리 여자들 사이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위인 여자를 높여 정답게 이르거나 부를 때 사용하며 오빠의 아내를 부를 때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골프장에서 ‘언니’라는 말이 캐디를 부를 때 사용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는지 네이버에도 없으니 잘 모르지만 추측하건대 일찍 골프를 시작하신 어르신들이 붙여주신 것이 아닐까 싶다.

아마추어 골프에서 캐디가 있는 나라는 일본, 중국, 한국 등 일부 국가뿐이라고 한다.

잘 아는 사장님 부부와 같이 운동하다가 사장님이 실수로 사모님에게 “언니~ 8번 아이언 좀 줘~”라고 해서 사모님께 한 말씀 듣기에 민망해했더니 그 사모님 말씀은 “집에서도 가끔 ‘언니’ 라고 해서 잔소리 듣는 게 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시절 이전(?) 술집에 갔었을 때도 술집 아가씨가 마담을 부를 때 ‘언니’라는 단어를 썼던 기억이 난다. ‘언니’라는 단어는 분명 여자를 의미하며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는 다양하다.

골프채를 고객에게 챙겨주고 그린까지 남은 거리와 그린의 경사 등을 알려주며 골프 카트도 편하게 운전해 주는 캐디는 골퍼에게 고마운 존재이며, 캐디의 친절함은 골프를 더욱 즐겁게 해 주면서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코로나로 인해서 제삼국인들이 많이 들어오지 못하다 보니 외국인 캐디들이 많이 줄었지만, 연변에서 온 캐디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늘씬한 캐디도 있었다. 멀리 와서 고생하지만 몇 년 고생하고 귀국하면 자기네 나라에서는 웬만한 기업의 사장님 부럽지 않다고 했다.

캐디 일이 힘들어서 젊은 여성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근래에는 남성 캐디도 많이 늘어나 여성 골퍼들에게는 젊은 남성 캐디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여성 골퍼에 따라 캐디를 부르는 호칭이 다르지만 대부분 “오빠야~”라고 한다.

어쩌다 캐디는 ‘언니’, ‘오빠’라는 호칭이 일반 명사처럼 쓰이게 되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으로 통용화되어 그리 이상하게 느끼지 않고 잘 사용하니 아무래도 국어사전에 ‘언니’의 의미를 새롭게 올려야 할 성싶다.

근래에는 캐디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많이 바뀌어 캐디의 명찰을 가슴에 달지 않고 모자에 잘 보이게 붙이고 다니니까 ‘언니’라고 부를 때보다 이름을 불러주면 훨씬 친근감도 가고 더욱 친절하게 잘해주는 듯하다.

캐디 측면에서 보면 4명의 이름과 성품, 실력을 빨리 이해하고 카트를 운전하며 각각의 스윙을 지켜보며 필요한 골프채를 정확하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사용한 골프채를 닦아 각자의 클럽에 원위치시키며, 그린에서는 4명의 모든 골프공도 닦고 그린의 경사와 빠르기를 알려주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캐디가 라운딩하는 골퍼를 호칭할 때는 일반적으로 ‘사장님’, 또는 ‘손님’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과장이나 부장이 사장님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으나 캐디가 어리다고 반말하거나 실수를 했다고 나무라는 것은 좋지 않은 모습이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손님들에게 더 좋은 캐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캐디들에게 실제 라운딩하게 해서 골프 실력을 키우도록 한다. 그러므로 골프 실력이 높은 수준의 캐디들도 제법 있으니 캐디를 우습게 알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캐디가 골프를 시작하기 전 라운딩할 골퍼의 각자 골프채의 덮개를 벗기면서 스윗 스팟의 공 자국을 보면 골퍼의 골프 실력을 나름대로 다 예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전날 과음으로 공이 안 맞는다고 해도 캐디는 이미 실력을 다 알고 있기에 “뻥을 치고 있구먼~” 하면서 속으로 웃는다고 한다.

프로 골프 투어에서 라운딩할 때 캐디백을 메고 골퍼에게 조언하는 캐디는 프로선수에게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대회 상금에서 최종 성적이 10위 밖이면 상금의 5%, 2∼10위일 경우 상금의 7%, 우승할 때는 상금의 10%가 캐디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선수의 성적이 좋을수록 캐디에게 돌아가는 몫도 크기 때문에 캐디들은 선수들의 성적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고, 미국 프로골퍼들 가운데 상금으로 100만 달러 이상 벌어들인 선수는 150명 정도나 된다.

그렇지만 국내 일반 캐디의 경우 수입을 늘리려고 하루에 2번 라운딩하기도 하는데, 4명의 골퍼의 골프채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가서 오래 캐디 생활을 하지 못한다. 특이하게 유성CC 캐디들은 30년 이상 된 고수들이 많고 거리와 그린의 경사를 귀신같이 알아낸다.

그러다 보니 캐디로서 할머니(?) 같은데 ‘언니’라고 하기가 좀 민망하지만 캐디 실력은 아주 우수해 우리도 인력난이 심각해지면 일본 골프장과 같이 할머니 캐디가 대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지난번 만난 캐디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가지 않고 남자 친구와 같이 5년째 캐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젊어서 하루 2번 라운딩을 자주 하며 3년만 더하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집을 장만한 후 대학교에 간다고 하기에 정말 장하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좋은 캐디를 만나는 것이 행운인 것처럼 캐디 처지에서도 좋은 손님을 만나고 싶은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장에 따라 캐디의 등급이 있어 약간의 캐디피를 더 내고 지정 캐디를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손님의 관점에서 다시 그 골프장에 가면 같이 라운딩하고 싶은 캐디는 다음과 같다.

OB인 줄 알았던 공을 페어웨이에서 찾아내고, 내 거리를 바로 알아채고 딱 맞는 골프채를 챙겨주며, 점수를 표가 안 나게 하나씩 빼서 적어주고, 저렇게 멀리 치시는 분 근래에 처음 본다고 하며, 공연히 생글생글 웃어 맘 설레게 하는 캐디가 그렇다.

다시는 그 캐디와 같이 라운딩 하고 싶지 않은 캐디도 있다.

피곤하다며 입이 댓 발이나 나와서 툴툴거리고, 불러주는 거리가 턱없이 짧거나 길어 낭패를 보게 하며, 공도 잘 안 찾아주며 나갔다고 했지만 찾아보니 잘 있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잘못된 것을 교습하려고 하며, 다음 골프장에 가 보니 골프채가 없거나 바뀌게 한 캐디가 그들이다.

골프장에서 캐디를 호칭할 때 되도록 이름을 불러주고 아래와 같은 용어는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야~, 어이~, 총각~, 아가씨~, 이봐~, 오빠야~, 언니~”

캐디는 골프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력자’일 뿐 너무 과하게 심부름을 시키거나 본인의 실수를 전가하며 책망하면 절대 안 된다. 캐디피를 준다고 큰 권리나 있는 것처럼 ‘갑’으로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