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럽나인브릿지 18번홀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명당자리’라는 곳은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며, 주변이 확 트여 조망이 우수하고, 교통이 편리하고, 자연재해가 없으며, 지질이 좋은 곳을 말한다. 건축가의 눈으로 보면 그런 자리는 산소 자리보다 사람이 사는 집을 짓는 데 아주 좋고 골프장을 만드는 데도 훌륭한 곳이다.

풍수에서 명당이란 말은 본래 황제가 신하의 축하를 받은 땅을 뜻한다. 청룡과 백호 등으로 둘러싸인 혈전의 땅을 일컫기도 한다. ‘혈’은 풍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요소로 전통 건축양식과 비교하면 본채와 그에 부속된 앞뜰의 관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좋은 혈 자리에서는 홀인원도 잘 나오지 않을까?

우리 선조들은 좋은 명당에 묻혀야 후손들이 안녕과 부귀영화를 누릴 뿐만 아니라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묏자리에 유난히 집착했다. 하지만 대부분 화장하는 지금은 후세의 명암이 묏자리로 결정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골프장 역시 자연적 요소로 풍광이 수려하며 적당한 경사와 배수가 잘되고, 주변 수목과 식생이 좋아야 하고, 해안과 호수 등에 인접하여 시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더욱 좋다고 평가한다.

또한 사회적 요소로 교통이 좋아 IC로부터 10분 이내에 접근되면 아주 편리하며, 라운딩 비용도 적정하고 골프장 주변에 유명 맛집도 가까우면 그 또한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이 있다.

골프장은 무엇보다 코스 설계가 잘 되어 라운딩하면서 다양한 골프의 묘미와 좋은 스코어에 대한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일반 골퍼에게 난도가 높아 스코어를 망치게 되는 골프장은 당연히 인기가 있을 턱이 없다.

특히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 많거나 페어웨이나 그린을 잘 관리하지 않은 골프장은 당연히 인기가 없다. 또한 페어웨이의 폭이 좁아 옆 홀에서 공이 날아오는 위험한 골프장과 굴곡이 많아 뒤땅이나 토핑이 잘 나는 곳도 좋은 골프장이 아니다.

라운딩하면서 뒤땅과 토핑을 자주 하니까 동반자 한 분이 말씀하시기를 “골프를 잘 치려면 프로숍에서 대가리 없는 공을 사서 뒤땅 없는 골프장으로 가야 한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골프장의 그린 상태 또한 스코어에 많은 영향을 준다. 마치 종이를 구겨놓은 듯한 그린, 바닥을 너무 다져 유리알 같거나 모래가 많아 공이 잘 굴러가지 않는 그린은 쓰리 퍼터가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골프 클럽하우스는 골프장에서 스코어와 큰 관계는 없지만 그래도 골프장의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클럽하우스 시설이 좋지 않은데도 라운딩 비용이 많이 들면 왠지 바가지를 쓴 기분이 든다.

골프장을 갖고 계신 회장님들이 모여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골프장 이용료 가격보다 의외로 골프장 용수 문제가 심각하다고 논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개 골프장은 일일 일반용수 200톤과 조경용수로 1500톤 이상을 써야 하니 골프장 용수 확보는 골프장 운영에 가장 중요하다.

산불이 났을 때도 소방헬기가 가장 빠르게 소화 용수를 확보하는 좋은 방법은 인근 골프장의 해저드에서 물을 퍼가는 방법이다. 그래서 골프장을 만들 때는 해저드의 물을 산불 소화 용수로 써도 좋다는 각서를 소방서에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드라이버 거리가 짧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골프장이 되려고 여성 티샷 위치를 그린 쪽으로 많이 앞당겨 놓는다. 그 이유는 아내가 공을 칠 때 퍼터나 어프로치는 남편보다 잘하는데, 거리 때문에 기가 죽어 있다가도 티샷 자리를 앞당겨 놓으면 남편의 코를 팍~ 눌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명문 골프장은 여성 골퍼들의 예약률이 높아야 골프장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기에 여성 골퍼를 많이 우대한다. 그래서 한 예로 여성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려고 사우나실에도 개인별 파우더 실을 배려하기도 한다.

최근 골프장들이 골퍼들의 낮은 스코어와 빠른 경기를 위해 멀쩡하게 잘 쓰던 벙커들을 없애고 있다. 그 또한 싱글 골퍼들에게는 매력이 없는 일이지만 일반 골퍼와 여성들에게는 ‘쌩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일본에는 골프장이 2227개로 국내 골프장 535개의 4배나 된다. 일본이나 국내에서 상위 5% 안에 든다면 명문 골프장이라 할 수 있다. 골프를 좀 친다고 하는 골퍼에게 그런 명문 골프장에서의 라운딩은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돌아가신 삼성 이병철 회장이 많은 정성을 들여 만드신 안양CC(구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은 많은 골퍼가 가 보고 싶은 곳으로 하루 20~30팀 운영되는 회원제 골프장이다. 개장된 지 50년도 더 된 이 골프장에서 이병철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과도 같이 라운딩하였다고 한다.

지난해 매일경제신문과 ‘골프 포 위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스트 골프장을 회원제와 대중제로 나눠 샷 밸류와 난이도, 코스 관리와 철저한 서비스, 골프계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등을 토대로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회원제 베스트 20
베스트 1위 클럽나인브릿지(제주)ㆍ잭니클라우스(인천 연수구)ㆍ해슬리나인브릿지ㆍ트리티니(이상 경기 여주)ㆍ안양(경기 군포)ㆍ서원밸리(경기 파주)ㆍ일동레이크(경기 포천)ㆍ블루헤런 (경기 여주)ㆍ화산 (경기 용인)ㆍ곤지암(경기 광주)ㆍ웰링턴(경기 이천)ㆍ이스트밸리(경기 광주)ㆍ가평 베네스트(경기 가평)ㆍ남서울(경기 성남)ㆍ남촌(경기 광주)ㆍ제이드팰리스ㆍ휘슬링락(이상 강원 춘천)ㆍ우정힐스(충남 천안)ㆍ핀크스ㆍ롯데 스카이힐제주(이상 제주)

대중제(퍼블릭) 베스트 20
베스트 1위 사우스 스프링스(경기 이천)ㆍ스카이72 오션(인천 중구)ㆍ베어즈베스트 청라(인천 서구)ㆍ베어크리크(경기 포천)ㆍ마에스트로(경기 안성)ㆍ페럼클럽(경기 여주)ㆍ설해원(강원 양양)ㆍ이천 마이다스(경기 이천)ㆍ라비에벨(올드)(강원 춘천)ㆍ파인리드(강원 고성)ㆍ세이지우드(강원 홍천)ㆍ라데나(강원 춘천)ㆍ더 플레이어스(강원 춘천)ㆍ클럽모우(강원 홍천)ㆍ세종 레이캐슬(세종시)ㆍ레인보우 힐스(충북 음성)ㆍ블루원 상주(경북 상주)ㆍ파인비치(전남 해남)ㆍ세인트포(제주)

골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중에서 몇 곳을 다녀왔는지 헤아려 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명문 골프장은 뭐니 뭐니 해도 편하게 공을 칠 수 있고, 라운딩하면서 풍광이 수려해 크게 감동할 수 있어야 하며, 점수도 잘 나오는 골프장이 아닐까?<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