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여름비는 추억을 몰고 온다. 저녁 끝에 언뜻언뜻 보이는 무지개처럼 여러 가지 빛으로 과거의 시계를 돌린다. 하지만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곳에 행복의 상처는 남아있지 않는다.

되돌아보면 시간의 수레바퀴 속에서 가장 허한 기억은 추억뿐이다. 차례도 없는 그 틈에서 빗소리를 타고 잠을 깨우는 새하얀 이별과 끝처럼 말이다. 그 틈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지만 태양이 뜬다고 해서 다 즐겁다고 노래 부를 수는 없다.

사람이 행복감을 갖거나 상실하는 것은 사고방식의 차이이다. 돈은 많을수록 좋겠지만 아무도 자기 욕망대로 무제한의 재산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돈이 있은 다음에 그 위에 행복의 집을 지으려하니 과연 돈으로 참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돈은 행복을 얻는데 있어서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지 그 자체가 행복과 직접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백치 아다다에서 아다다는 그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늘 행복했었지만 남편이 넉넉한 돈을 갖게 되면서부터 불행해졌다는 것을 깨닫고 돈뭉치를 바닷속에 던져 버렸다.

전쟁과 평화의 주인공 피에르는 호화로운 귀족계급 속에서 경제적 빈곤을 전혀 모르고 살면서도 행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그가 결국 행복의 의미를 찾은 것은 자기 집이 모두 불타버리고, 친구를 잃어버리고, 참혹한 포로 생활을 하고 열병으로 거의 죽어가다가 다시 살아났을 때 부터였다.

그러니까 돈으로 행복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가장 불행한 인생 체험을 통해서 비로소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형성하며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살고 있지만, 우리에게 행복감을 앗아버리기 쉬운 마모니즘이라는 정신병을 안고 살아간다.

행복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기에 알린 것이다. 돈이 많아야 행복하리라는 마모니즘에 병든 인간들의 교만과 독선이 아니라 비록 오막살이집이지만 클레멘타인이 살았던 바닷가 진주알 같은 행복도 있듯이 말이다.

비루한 장마 끝 꽃빛에 물든 투명한 새벽이 다시 빗소리를 몰고온다.

갈라진 대지의 물음표가 왜 낯두꺼운 절망을 버리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알 수 없지만 다시 깨어나는 세상은 고요하다.

과거의 망령들이 밝아오는 아침빛에 사라지고 나만 아는, 우리만 아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굳어져 빛나는 고귀한 보석 그 행복을 간직하는 하루이기를 바란다.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과천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