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어망을 손질하는 그녀 옆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표정 없는 얼굴로 그러라고 대답한 그녀 옆에 서서 열심히 바다를 배경으로 어망을 다듬는 그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댄 후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가를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바닷가의 가난한 어부에게 시집을 왔다고 했다. 아이 둘을 낳고 이 나이 먹도록 어망을 손질하며 어부의 아내로 평생을 보냈다는 말도 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 걸...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쳐 갈 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녀의 일생은 짧은 몇 마디 대화에서 고스란히 느껴져 왔기에...

한여름 휴가철이 되면 우르르 왔다가 사라지는 피서객 덕분에 여름 한 철은 바닷가 주민들이 바쁘다는 말로 위로받는 그녀 말에 덩달아 위로받는 느낌으로 그 찰나의 미안함을 대신하며 좀 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삭제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휴가철 피서객 중에 하나였을 나도 그냥 지나치는 인연일 뿐인 것을...

며칠의 휴가를 위해 준비하고 낭비한 몇 벌의 옷과 휴가비 등등을 생각하며 화장기 하나 없는 그녀에게 잠시 대화를 해 주어 고맙다는 말로 나는 그녀의 평생을 짊어졌을 그 바닷가를 떠났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그녀를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돌아보며... 땡볕에 앉아 어망을 들고 있는 그녀를 한참이나 뒤돌아보다가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냥 여름 한 철 바다를 찾아온 피서객으로.... 머리를 식히러 온 어느 낯선 여인으로...

“괜찮아, 바닷가 어부의 아내는 아니지만 나름 그만큼 힘들고 아프게 살아왔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이름 없는 밴드의 해변 패스티벌을 보면서 한 잔의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잊어버리기로 한다.

그래서 조금은 자신과의 합리화를 축하하면서 말이다.

바다는 언제나 추억이다. 과거와 미래를 섞어주는 알량한 현재의 휴식이다.

어느 이름 없는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어부의 아내처럼 갑자기 인생의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겁 없는 삶의 한 조각이다.

그래서 더 아이러니한 인생의 바다.

그 바닷가에서 추억은 꿈이 아닌 현실에서 재현되고, 현실에서 다시 꿈으로 흩어진다.

어쩌면 준비되지 않은, 계획되지 않은 미지의 길에서 주운 한 장의 행운 같은 인생처럼.

그것을 얻기 위해 오늘도 나는 바다를 꿈꾼다. 그 바다의 추억을 주우며 사진을 찍는다.

겁 없이.....

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과천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