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대전에는 ‘계룡대, 구룡대, 자운대’라는 군부대 골프장이 3곳이나 있는데, 부킹은 아주 어렵지만 성사되면 라운딩 비용이나 음식값도 저렴해 부담 없이 운동하는 데 딱 맞다.

더구나 계룡대는 장군님이 OB를 내면 그쪽을 바로 넓혔다는 ‘썰(?)’이 있어 그런지 넓은 페어웨이 덕분에 드라이브를 맘껏 휘둘러도 OB가 잘 안 나 장타들에게 인기가 있다.

바쁜 업무 중에 지인으로부터 부킹 소식을 듣고 어설프게 기억했다가 운동하는 날 프론트에서 로커 키를 받으려고 하니 예약이 안 되었단다.

그래서 기겁하고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계룡대가 아닌 구룡대여서 헐레벌떡 찾아가 허겁지겁 운동한 적이 있다.

계룡대와 구룡대는 ‘계’자와 ‘구’자 차이인데 막연하게 기억만 믿고 급하게 가다 보니 그런 한심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계룡대에서 구룡대가 그리 멀지 않아 겨우 위기를 면했고, 동반자에게 사정 이야기하면 되게 멍청해 보여서 말 못 하고 급한 업무로 늦어 미안하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디지털시대라서 대부분 로커 키는 암호 4자리 번호를 넣고 사용하는데 대전 실크리버CC는 목욕탕 키와 같이 생긴 키를 준다.

프론트에서 키를 받아 로커로 가는 도중에 마침 어려운 회장님들을 만나 인사하고 로커로 가 열려고 하니 아무리 찾아도 키가 없어 프론트에 가서 “키를 제게 주셨냐~”라고 물어보니 “손님, 손목에 차고 계시는가 보세요. 하루에 손님 같은 분이 서너 분 오십니다.”라는 것이다.

크~, 으~, 키를 받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목에 걸고 키를 찾아 헤맸으니 참 한심했다.

유성CC는 특이하게 라운딩 비용이 선불인데 계산하면 카드 영수증에 로커 번호가 있어 번호를 보고 영수증을 지갑에 넣고 환복한 후 라운딩을 빡세게 한 후 로커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로커의 위치는 대충 아는데 번호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프론트에 가 번호를 물어봐야 하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고 주변 로커에 자기 비밀번호를 누르면 그 로커들의 실제 사용자는 자기의 맞는 비번을 눌러도 로커가 열리지 않아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야 열 수 있다.

그러니까 로커 번호를 잊었으면 한심한 자신을 원망하며 조용히 프론트를 다녀와야지 공연히 엉뚱한 로커에 자기 비번을 눌러대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에 자기 로커에 분명하게 자기 비번을 눌러도 열리지 않는다면 누군가 주변 로커의 멍청한 골퍼가 혹시 자기 로커인 줄 알고 다른 비번을 누른 것이니 어쩔 수 없이 관리자를 불러야 한다.

이런 일은 비단 필자만 겪은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몇 번 프론트를 다녀오면 나름대로 로커 번호를 외우는 비법이 생긴다. 필자는 로커 번호를 잊지 않게 번호를 ‘섯다’ 판에서 끗발 따지듯 번호가 ‘289’라면 합계가 19이므로 ‘9 끝’이니 “오늘 공이 잘 맞겠구나” 하고 생각해 두면 절대 로커 번호를 잊지 않는다.

캐디가 없는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면서도 9번 아이언 채를 뽑는다는 것이 그만 숫자가 비슷한 6번 아이언을 뽑아 치고 이상하게 멀리 나가 OB가 되어 채를 확인해 보니 멍청하게 실수한 것을 알게 된다.

이것 말고도 라운딩하다 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실수를 가끔 하게 된다. 친구들과 라운딩하다 친구가 턱없는 실수를 하고 스스로 바보라고 자책하면 “공을 쳐 보면 머리 나쁜 것을 알아~”라고 놀리기도 한다.

한번은 평소 존경하던 의원님과 운동하다가 의원님이 퍼팅하면서 뒤땅을 때리더니 “에구~ 이 멍청이 같으니라고~” 하시기에 필자는 평소 친구들과 하던 습관대로 “공을 쳐보면 머리 나쁜 것을 알아요~”라고 무의식적으로 말하고 말았다.

그 이후 그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어 죄송하다 했고, 나머지 홀에서 골프가 엉망이 되니까 의원님께서 웃으시며 “친구들과 그렇게 구찌(?)를 하면서 재미있게 공을 치나 보네~” 하셨다. 크~ 으~!

어느 유명한 프로 골퍼가 “골프는 실수의 연속인데 그 실수를 얼마나 줄이는 것에 따라 스코어가 결정된다”라는 말이 더욱 실감 난다. <계속>

최재인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