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미즈노, 브릿지스톤, 젝시오, 포틴, 야마하, PRGR, 다이와, 로마노, 요넥스, 카스코, 스릭슨, 스워드 클리브랜드, 존바이런, 사카타, 예스, 혼마, 아키아, 야마모토, 에스야드, 이시카와, 기가…`.

골프를 하시는 분은 대충 들어보았거나 아니면 한 번쯤 사용하셨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미 이런 브랜드의 일제 골프채를 갖고 계실 것이다.

오래전 일본 지인으로부터 뼈아픈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국이 일본을 따라오려면 캐논, 니콘 카메라를 찾지 말고 미즈노, 혼마 같은 골프채를 사지 말라”고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필자 역시 어쩌다 이상하게 주로 일제 골프채만 썼다. 그렇다고 특별히 일본을 좋아하지는 않는데도 일본인 기술의 섬세함은 인정해야 할 것 같고, 일본인의 청결과 친절은 우리가 배워야 할 좋은 점이 아닐까 싶다.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PXG, 핑, 코브라, 나이키, 오디세이 등은 인기 있는 미국 골프 브랜드이고 국산 인기 브랜드는 마제스티, 마루망, 타이틀리스트, 아화골프, 도깨비골프 등이 있다.

자동차도 국산 제품을 타야만 애국자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골프채 역시 잘 치고 싶은 마음에 성능이 좋은 외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대한민국은 IT, 조선, 가전 등은 전 세계 시장에서 1/3 이상을 석권하고 세계 1등 제품이 165개나 되는데도 골프채는 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없는지 모르겠다.

이미 우리의 프로선수들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는데 외국 골프채보다 우리가 만든 골프채를 쓴다면 대한민국 골프채도 당연히 세계적인 골프채로 유명해질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불행했던 역사로 이루 말 못 할 고난을 겪었는데, 이웃 나라 일본은 특히 우리에게 큰 고통을 주고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반성을 안 하니 더욱 밉고 화가 난다.

어릴 적 사회 교과서에는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씌어 있었다.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열강들 틈에 낀 대한민국은 특히 이웃 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만 둘러보면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어느 나라 하나 만만한 나라가 없다.

잘못을 모르는 일본은 참 얄밉고 괘씸한데, 그렇다고 열을 받아봐야 우리만 손해가 되니까 도산 안창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힘을 키워 일본보다 잘 살고 강해진 다음에야 큰소리를 쳐야 할 것 같다.

한동안 일본 물품 불매 운동이 들풀처럼 번져 나갔지만, 그것도 그때뿐 언제 그랬냐 하듯 일제 자동차와 첨단제품 등은 여전히 국내에서 인기가 아주 높다.

우연히 일본인과 조인되어 같이 라운딩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신기(?)하게도 스코어 기록을 프로처럼 파5에서 양파 이상을 하면 친 그대로 다 적어 스코어 기록에서 보지도 못했던 13, 15라는 숫자가 있는 데다 파4에서 5오버를 하면 9라고 적다 보니 개수가 많아 제대로 덧셈도 못 하고 무척 버벅거리는 것을 보았다.

원칙에 입각하고 매뉴얼 준수를 철저하게 하는 일본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면서 철두철미하고 완벽 추구의 좋은 모습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였다.

그런 반면 우리나라 사람은 머리가 좋거나 현명한 것인지 기준타수를 지나치는 단순한 숫자만 적어 타수 합계도 쉽고, 양파 이상은 없으니 합계 스코어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 골프채만큼 골프공, 의류품도 일제가 많은데 수입품목이다 보니 가격도 터무니없이 무척 비싼데도 잘 팔린다.

지난해 관세청의 자료를 보면 일본골프용품 수입 규모는 2737억원으로 전년보다 14.6% 급증했고 수출은 96억원으로 4.6% 감소했다.

2019년 7월부터 시작한 NO JAPAN 운동은 일본골프제품 수입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었고 2년이 지난 지금 ‘다이소’와 ‘렉서스’는 여전히 인기가 많다.

우리 첨단제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미운 나라의 제품을 불매하는 것은 마치 중국이 ‘화웨이’를 위해 삼성 핸드폰을 제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나 싶다.

골프채 가격이 비싸다고 비거리가 특별히 길어지거나 퍼팅 수가 줄어들거나 송곳 같은 아이언샷을 할 수 있어 스코어가 줄어든다면 몰라도 골프채 가격과 스코어는 크게 상관성이 없어 보인다.

고가의 일제 골프 브랜드라고 하면 ‘혼마’ 브랜드가 떠오르는데 ‘혼마 5 스타’(위 사진)은 아이언 세트 가격이 5000만원으로 아이언 채 1개에 500만원이나 하니 여간 비싼 것이 아니다.

1971년 ‘마루망’이라는 프리미엄 골프채는 일본에서 시작해 2003년 한국과 합작회사가 되어 ‘마제스티’라는 상호로 바뀌었고, 2014년 골프장 IT 솔루션 플랫폼 업체로 기업가치 2500억원 ‘스마트스코아’ 회사는 최근 ‘마제스티’ 브랜드의 새 주인이 되었다.

가끔 PGA 경기를 TV로 보다 퍼터가 안 된다고 부러뜨리며 화풀이하는 멍청한 프로도 있지만, 자신의 골프채를 믿고 치면 신기하게도 잘 맞고 그러면 당연히 좋은 스코어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미즈노’ 아이언 골프채의 TV 광고문구를 보면 “네 아이언만 믿어라.”라고 해서 공감이 많이 간다. 필자는 한때 드라이브가 잘 안 맞아 슬슬 미워했더니 정말로 더 잘 안 맞아 부득이 드라이버를 잘 치는 분이 쓰는 브랜드 제품을 장만한 적이 있다.

골프채든 자식이든 일단 무조건 믿고 신뢰하지 않으면 골프채도 자식도 속을 썩인다는 분명한 진리를 알아야 할 것 같다.

골프채는 그립, 샤프트, 헤드 등 부품별로 각각 디자인하고 조립하는 회사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갖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채 회사는 대부분 디자인만 하고 인건비 때문에 국내 자체 생산은 거의 하지 않아 대부분 중국에서 90% 이상 생산된다.

골프채를 만드는 일은 분업화되어 있다. 부품을 어디서 생산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부품을 사용했느냐가 중요하고, 그 골프채 가격 안에는 분명 많은 광고비도 들어 있다고 본다.<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