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 일반적인 ‘피로(fatigue)’란 특별한 정신적, 육체적 무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없는 상태이다. 피로는 통증이나 발열과 함께 신체 3대 경고신호로 건강관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에너지를 보존하고 잘못된 행동을 무리하게 반복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대부분 서서히 시작되지만 가끔 감기 증상과 유사하게 급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 또는 반복으로 나타나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1994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정한 만성피로증후군 진단기준을 보면 현재 힘든 일로 생긴 피로와 휴식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야 하고 직업, 교육, 사회, 개인 활동이 이전에 비해 두드러지게 감소해야 한다. 더불어 기억력 혹은 집중력 장애, 인두통, 경부 혹은 액와부 림프선 압통,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새로운 두통,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 없음, 운동 또는 노동 후 나타나는 심한 권태감 등에서 4가지 이상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진단될 수 있다.

진단기준은 이렇지만 만성피로증후군 자체의 특유 증상은 없다고 볼 수 있어 진단이 쉽지 않다. 대부분 환자가 호소하는 피로증상과 동반되는 다양한 증상을 고려하게 된다. 이 가운데 판단의 핵심은 심한 피로감과 수면장애로, 병전의 활동을 유지할 능력을 상실했는지, 활동한 다음에 극도의 탈진이 뒤따르는지, 매일 개운한 수면을 하지 못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다른 내과ㆍ정신과ㆍ신체 질환 등이 배제된 후에만 진단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만성피로증후군은 우울증과 감별이 요구될 때가 많다. 우울증 자체가 피로감은 물론이고 우울한 기분에 무기력감,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에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약 80%는 주요우울장애의 진단기준을 만족시킬 만큼 상관관계가 매우 높기에 우울증으로 진단받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우울증 환자에게 흔히 보이는 죄책감, 자살사고, 무감동증, 체중감소 등을 거의 호소하지 않으며, 정신장애의 가족력도 없고 뚜렷한 스트레스성 사건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감별할 수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유병률 자체는 연구마다 아주 광범위하게 보고되고 있으나 일부 증상은 인구 4명 가운데 1명은 경험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특히 20~40세 젊은 성인에서 주로 관찰되며 남성보다 여성이 2배 이상 발병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치료하지 않으면 자연 회복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잘 관리하면 얼마든지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특히 동반되는 정신과 장애나 신체증상이 적을수록, 사회적 관계가 잘 유지될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회복이 잘 되고 예후가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쉴 때보다 가능한 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업무량을 줄인 상태에서라도 계속해서 일할 수 있을 때 예후가 좋다.

도움말 :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