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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여름이 시작되려나 보다.
회색빛 하늘과 짖궂은 바람 그리고 구름에 가려진 해가 서서히 세상을 달구고 있다.
목마른 대지에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창밖에 비가 내리면 서글픈 가슴에도 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알 수 없는 아득한 옛날의 추억들도 빗물을 타고 흘러내린다.
빗속에 추억이 젖어 들고 그리움이 젖어들고 알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도 젖어든다.
비가 내리는 날은 왜 그리 청승맞아지는 걸까? 아무리 생각하고 물어보아야 그럴만한 필연적인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눈물 같은 빗물을 유추해 보면 비슷한 것끼리 닮아서일까?
사람들의 마음은 자연 속에서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을 들여다보며 운명을 따지기도 한다. 자연과 빗물에 투영된 자신을 바라다보며 자신의 모습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생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에서 눈물을 유추해 내고 비가 내릴 때면 잊고 있던 지난 모든 그리움들과 괴로움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비가 내려야 대지와 자연이 살아나고 모든 생물과 살아 있는 것들이 생명의 물줄기를 얻는다지만 비가 아무리 대자연의 양식이고 신의 은총이라 할지라도 비가 내리는 날 더 많이 울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의 생리이다.
김소월의 서정시 ‘왕십리’에서 보면 슬픈 감정의 자락이 모든 것을 슬프게만 느끼게 함으로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
여드레 스무날엔 / 온다고 하고 /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 가도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
웬걸 저 새야 / 울랴거든 /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 촉촉히 젖어서 늘어젔다네 /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왕십리 - 김소월
비는 때로 잊었던 슬픔을 상기시키고 그리움의 농도를 짙게 하고 그래서 청승맞은 시를 쓰게도 하지만 그렇다고 비를 짖궂게만 생각할까? 지나간 날들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들어 주는 비는 얼마나 자비로운가? 그 순간 우리는 진실해 진다.
가장 외롭고 가장 진실한 순간에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비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값비싼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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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소향은
한국문인협회, 과천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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