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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85회] 우리가 말하지 못한 이별의 그늘

삶이 그대를 속이거든 울고 노여워 해라 박소향 시인l승인2022.05.23l수정2022.05.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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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해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봄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지 못한 어떤 이별들도 봄처럼 사라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 때 미리 이별에 관한 말을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세상에는 가끔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떠나버리는 것이 사람만이 아니다. 잠간만 정신을 팔고 있노라면 배신과 기만으로 떠나버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어쩌면 배부른 자본주의 문명이 인간을 그렇게 진화시켰는지 모른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이 아니라 하룻밤만 자고 나면 멀어지고 돌아서기 일쑤인 것도 그런 진화의 하나이다. 그런 것들이 원망과 슬픔의 충분한 이유는 아니지만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더 아름답게 피어나듯 그런 진흙탕을 겪으면서 더 성숙한 바람 속에 피는 꽃이 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풍경은 진흙 속에 있다.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도 그와 비슷한 사랑의 이야기로 감동을 안겨준다.

세상은 진흙탕이고 그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 운명이라면 그 속에서 사랑받는 연꽃이 되고 바람이 부는대로 몸을 맡기며 흔들리는 갈대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해피엔딩 뒤에 숨어 있을지 모를 비극의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중년의 여인이 되어 버림받은 황진이도 밤하늘의 반달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살이 다 빠져버린 후 허공중에 내던져진 반월 빗, 그것을 자신의 이미지로 그린 시가 <영반월 詠半月>이다. 아무리 최고의 명기였다 해도 나이가 들어 퇴기가 되면 ”별해 반월 빗“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서럽게 버려지고 잊히는 것은 젊음을 잃은 옛 여인만이 아니다.

우리는 늘 그렇게 서로 버리고 버림을 당하며 살아간다.

종로 거리에 나가보면 수많은 노인들로 초만원이다. 그들도 한 때는 젊음을 누리며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부와 권세가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면 그것을 갖고도 사랑을 잃는 것보다, 그것을 잃는 대신 사랑을 선택할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

삶이 그대를 속이거든 그냥 울고 노여워해라. 그래야 밝은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테니...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 과천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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