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사람들은 꽃바람의 유혹에 향기를 느끼며 삶의 미소를 맛보기 위해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를 때면 지름길로 빨리 가기를 원하지만 너무 급하게 가면 금방 지치고 정상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게도 된다. 또 산기슭에서 반겨주는 자연의 숨소리와 꽃향기에 실려오는 부드러운 대화를 들을 수 없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없다. 그러기에 정상에 빨리 오르려 애쓰기보다는 천천히 더 많은 풍경을 만나면서 걸어가는 것이 인생살이나 등산에 똑같이 적용되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산을 오르며 애완견들도 주인을 따라와서 낮선 풍경에 싱그러워하는 모습도 자주 만난다. 요즘은 반려동물 애완견을 기르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듯하다. 강아지와 함께 오르며 배경을 설명도 하고 천천히 가자, 어서와~등등 대화를 하며 즐거움을 안고 걷는 모습도 익숙해졌다.

가끔은 힘들다고 거부할 때는 큰소리도 야단도 치며 또 잘 따라온다고 칭찬을 해주니까 강아지가 기뻐하며 주인보다 더 열심히 가는 모습에 뒤를 따라 오르던 나도 공연히 흥겨워진다. 이렇듯 칭찬하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모습에서 사랑이 솟아난다는 귀한 가르침을 배우는 순간이다. 또 애완견도 주인에게 사랑받는 비결 중 하나는 무슨 말이든 빨리 잘 듣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사람들도 꼭 알아야 할 종목들이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의 이야기를 흘려듣거나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강아지들은 무슨 이야기든 주인 앞에 앉아 다소곳이 들으며 고맙다는 표시인지 알았다는 표시인지 꼬리를 흔들며 보답한다. 그리고 주인이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다니며 마음을 달래주며 사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잘 듣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신뢰한다는 것을 강아지가 우리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에 삶의 리듬을 느끼며 오늘만이라도 서로의 눈을 보며 공감하는 시간 만들어 가기를 발원한다.

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