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아침이 밝았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여명이 걷히고 빛이 찾아 든다. 눈을 뜨고 잠시 하루를 읽어본다. 일상적인 삶으로 몸을 누운 채 기지개를 켜고 하루를 맞을 준비를 한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양치를 하며 세안을 한다. 조반을 준비하고 일상의 삶. 남편과 아이들 출근길 돕고 손주 녀석을 유치원 등원시킨다.

아침을 먹이고 옷을 챙겨주며 유치원 차에 오르는 평일 아침의 일상. 오늘 아침도 여전하며 손자가 버스에 오르는 순간 해방이다. 남편과 아이들 일터로 보내고 손자녀석 유치원 등원시키면 아침전쟁은 잘 치른 셈이다. 잠시 휴전의 시간, 또한 나만의 시간이 찾아 든다.

그 여유를 찾아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 한 잔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여유를 누린다. 꿈같은 시간은 오후 세 시까지 즐긴다. 나만을 위한 음악과 차와 여유로 책을 볼까, 블로그 정리를 할까, 영화 한 편을 볼지, 식물을 들여다보며 나만의 여유를 즐긴다. 매일 해야 할 일과 오늘 꼭 해야 할 일이 주어진 시간. 그 변화의 시간이 주는 일상의 긴장감이 삶에 활력을 준다. 오늘은 그 여유를 잠시 접어두고 외출준비를 한다.

이사 가기 전에 새 집 이사 전 부동산 대출을 준비하며 은행 접수하는 날이다. 사전에 이야기는 되었고 그 많은 서류(?)들을 준비하여 오늘 접수하는 날이다. 금융통합이 되었고 개인정보화 되었고 전산으로 한다면서 그리 많은 서류가 필요한 건지. 세무서, 주민센터, 의료보험공단, 은행을 돌며 서류를 발급받고 신분증에 도장 들고 은행접수창구로 간다. 긴장감이 돌고 노심초사다. 잘 진행되길 간간히 기도하며 나설 것이다.

마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집안 구석구석 밀린 짐 정리다. 이사 날짜가 정해졌으니 묵은 짐 정리다. 조금 더 심플하게 미니멀 가자며 정리에 또 정리, 버리고 또 버린다. 단출하고 싶은데 사십 년 넘은 단독주택 살림이 꾸역꾸역 켜켜이 쌓여 끝이 없다. 중고사이트에 쓸만한 물건은 매물로 내놓고 재활용 수거도 이용하며 어제 못다한 책과 옷가지를 정리한다.

오늘 다 하지 못할 것이고 또 내일 다시 시작할 일이다. 반복되던 일상에서 변화하는 과정들이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고뇌로 지친다. 새로운 집이 주는 활력에 힘이 솟다가 이주과정이 주는 변화에 힘겹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이 편안한 안식으로 자리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우치며 저녁을 먹고 하루를 접는다.

분명 어제와 다른 하루를 오늘 보냈고 그 하루가 또 내일을 만든다. 평범하며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는 일상을 위해 조율하며 오늘에 감사 할 따름이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