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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박원명화 제27회] 아직은 현재 진행형

인간의 우월감이 부른 산물...두렵고 무서워 박원명화 수필가l승인2022.01.19l수정2022.01.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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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박원명화 수필가]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칩니다. 살갗을 파고들 것 같은 바람의 횡포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 묵상에 잠겨 있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열어 달라고 애원하듯 흐느끼는 소리를 내지르며 이집 저집 창문을 두들깁니다.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던 날 사랑하는 연인을 애타게 부르다 떠나간 히드클리프처럼 말입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새해라고 하지만 희망찬 미래를 꿈꾸기엔 우리 앞에 부딪친 현실은 엉킨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은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종잡을 수 없는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이 모든 흔들림의 원인이 코로나19의 발병에서부터 시작된 불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이지 않은 질병과 대립각을 세운지도 햇수로 벌써 4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백신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 휩싸여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보다 더 무서운 변이들이 출몰해 우리들의 단 하나 뿐인 목숨 줄을 위협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빛의 속도보다 빠른 과학문명의 발달에만 치중한 인간의 우월감이 부른 불행의 산물인 것 같아 두렵고 무서워집니다.

생명은 누구나에게 단 한번 뿐입니다. 지금 우리는 선택할 수도, 영원할 수도 없는 시간 속에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열심히 돌아가는 것이기에 구두쇠 스크루지라 해도 쓰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게 시간입니다. 그 아까운 시간들이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어떤 날은 시간이 남아돌아 질실할 것처럼 무료하게 흘러가고, 어떤 날은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스스로 일을 찾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꼬깃꼬깃 접어둔 시간들까지 꺼내어 나만의 과거사를 더듬어 보며 ‘라떼’의 행복을 누려보기도 합니다. 나름 보람의 시간을 가져보려 하지만 부딪치다 깨지고, 어우렁더우렁 엉겨 살 때보다는 현실감의 맛이 덜합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라 하듯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삶의 무늬마저 점점 빛바래져 가는 듯 만사 심드렁해져 갑니다. 꼭 해야 할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은 뒤숭숭한 게 심란합니다. 바쁨에 휘몰려 살던 때가 자꾸만 그리워지는 것도, 소소한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도 자유를 되찾고 싶은 욕망이 아닐는지요. 욕심을 더 한다면 그 행복한 시간을 냉동시켜 이렇게 힘들 때 해동하여 풀어 쓰면 좋았을 걸 하는 터무니없는 망상에 젖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현실은 얼음처럼 차갑습니다. 살아가는 게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가 위로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도 타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늘이 푸르고, 땅을 걷고, 구름이 흘러가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있음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증표인 것입니다.

수필가 박원명화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이며 제9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ㆍ연암기행수필문학상ㆍ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색깔, 길 없는 길 위에 서다, 풍경’ 외 수필집 다수.

박원명화 수필가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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