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사유의 방’을 찾았다.

1400년 전 저 깊은 통로 속을 찾아 들었다. 출렁이는 바닷물을 헤치며 걸어 들어가니, 무한대의 우주공간에 반짝이는 별 아래 고즈넉이 명상에 잠긴 두 반가사유상. 온화한 미소와 평온한 표정으로 반긴다. 아니 나란히 정좌한 채 제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삼국시대에 제작된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은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인도태자가 깨달음을 얻고 출가를 결심하는 바로 그 순간의 모습을 포착한 것이란다. ‘모든 나고 죽음과 일고 멸하며 덧없이 변하는 것 관찰할 때에 마음은 안정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오욕은 구름처럼 사라져버렸네’라고 ‘붓다차리타 제5장 출성’에 기록되어 있다.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는 순간, 태자는 오묘한 기쁨과 즐거움이 차올라 미소를 지었다.

반가사유상 주변을 사람들은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그시 마주보며 한참을 멈추어 있다가 이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이쪽저쪽을 돌려가며 사진 찍기 여념 없다. 옆으로 돌려 찍고 뒷모습도 찍고 또 멈추어서 지그시 내려다본다. 뒷짐을 지고 한 발자국 옮겨 또 멈추고 그야말로 사색에 빠졌다.

미동조차 없이 사유상은 그저 편안하다. 내게도 저 앉은뱅이 의자 하나 주면 마주앉아 편히 쉴 수 있겠다. 오른쪽다리를 왼쪽 무릎에 터억 올려 반가를 취하고, 오른손은 다시 그 오른쪽 무릎에 팔꿈치로 괸 채 검지와 중지를 세워 살포시 오른쪽 뺨 위에 댄다. 왼손은 자연스레 내려뜨려 오른쪽 발목 위에 걸치고 고개는 지그시 앞으로 숙여 살포시 감긴 눈으로 입가에 살짝 번진 미소, 콧방울도 웃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할까? 저 미소 속으로, 저 평안 속으로 들어갔을까? 어느 세월만큼 왔을까? 그 세월에 저런 여유가 스밀까? 석가모니가 번뇌하던 생로병사와 길흉화복이 여전히 삶의 문제로, 오늘 나는 어디만큼 어찌 왔는가 반문해본다. 끝없는 반문 중에 여기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아닌지…

제2의 봄날을 준비할 시기. 삶의 완성을 위한다기보다 이젠 천천히 나를 사색하며 여유를 누려보리라. 삶이 주는 긴박감도 고달픈 시련도 이제 퇴색되었다. 지난 시간들은 내 안에서 곰삭는다. 고뇌와 번민, 고통과 시련을 딛고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도,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기막히게 인생을 역전 할 필요도 없다. 현재가 힘들고 어려워도 아니 더 좋은 일들도 지나고 나면 무엇보다 소중한 것들이다. 내 안의 평화가 곧 모두의 사랑이 된다.

오늘의 나를 꼬옥 안아주며 다독여본다.

“그래! 잘하고 있어! 마음이 천국인 걸!”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