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원명화 수필가] 갈등이 스멀스멀 부채질을 한다. 맞아야하나 말아야 하나 세상 돌아가는 사태를 눈여겨본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조용하면 조용한대로 두렵고 겁이 난다. 그래도 궂은 날 보다는 햇살 맑은 날이 더 많지 않은가. 나는 말한다. ‘맞아야 살 수 있다고’ 1차 때는 멋모르고 맞았고 2차 맞을 때가 되어가니 몸살처럼 한 이틀 끙끙 앓아누운 일이 있어 공연히 불안 같은 게 솟는다.

참(忍)을 인자로 버틴 지도 벌써 두해가 다 되어간다. 그런데도 여전히 코로나19의 행군은 물러설 줄을 모른다. 더운 날씨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는 괴로움이라니, 머리가 아프다. 사는 게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뉴스를 봐도 짜증나고, 별일 아닌 일에도 울컥 이게 되고, 세상사 만사 심드렁해지는 게 삶의 의욕도, 재미난 일도 없다. 의지와 생각이 점점 마모되어 가는 것 같다. 이 또한 오래 갇혀 지낸 나태로 인해 생긴 증후군이 아닐는지.

몸과 마음이 점점 게을러진다. 살아 있음의 존재가치가 미약해진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사는 게 외롭고 팍팍하다. 자고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이라는데, 단생산사(團生散死)의 역설이 사람이 살기위한 방편일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처음엔 그냥 얼마쯤 소동피우다 말겠거니 하던 느슨한 자만심이랄까. 그런 사람들의 오만과 방심을 비웃듯 놈은 더 지독한 변이로 성장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과학문명의 시대라지만 세계 모든 나라가 코로나 질병의 덧에 묶여 신음하고 있다.

안 그래도 바쁨에 쫓겨 산 탓에 가족과 같이 지낼 시간이 줄어든 판국에 ‘거리두기’ 라는 새로운 명분이 생기고부터는 떨어져 사는 자식을 만날 기회조차 시들해져간다. 나가지도, 만나지도, 떠나지도 못하니 갇힌 마음은 고인 물처럼 탁해진지 오래이다. 이렇듯 나 스스로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어리석고 무모한 줄 알지만 내 마음 나도 어쩌지 못하니 그저 안타까운 한숨만 나온다.

소크라테스가 제자에게 이르기를 ‘내가 아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고 말했듯 코로나와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다가올 미래를 기약할 수가 없고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문명이 발달 하는 만큼 자연의 저항에 부딪쳐 언젠가 우리의 삶이 불행해 질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새삼 진실한 언변처럼 다가온다.

수필가 박원명화는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이며 제9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ㆍ연암기행수필문학상ㆍ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색깔, 길 없는 길 위에 서다, 풍경’ 외 수필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