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능인스님, 시인] 뽕잎을 먹으면서 한철을 밤낮없이 쉬지 않고 성장의 잠을 4회 거듭하여 집을 짓는 누에는 팔일에서 십일을 살고 버린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몸을 던져 창자에서 실을 뽑아 최선을 다하여 집을 짓는다.

이른 봄이 되면 강남에서 사월 하순쯤 날아온 제비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처마 끝 난간에 지푸라기, 검불, 나뭇가지, 깃털과 진흙을 모아 침으로 짓이겨 집을 지어 새끼를 부화하고 나면 한 달 남짓을 머물다 떠난다.

비바람과 눈비를 막아 줄 수 없고 일 년을 살면 버려야 함을 알지만, 까치는 높은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며 입이 헐고 꼬리와 날개가 빠지고 지치도록 집을 짓는다.

모두 버리고 가야한다는 것, 작은 새들도 알고 미물곤충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태어남과 삶의 방식이 다름도 있겠지만, 마지막 세상을 떠날 때는 모두 놓고 가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한한 욕심으로 때가 되어도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이 세상 그 누구도 자연이나 다른 생명체를 완전히 소유하거나 불변의 존재로 보존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살아 숨 쉬며 사는 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모르고 있던 자연과 또 다른 생명체로부터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 공존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리고 식물과 동물을 비롯한 모든 자연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마음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요즘 현실적인 모습에서 느끼는 것은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삶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러한 삶은 서로의 불신으로 인한 분열의 골만 깊어지고 나아가서는 서로의 파멸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시인 능인스님은
행복사 주지스님으로 수행자이자 예술인. 시집 ‘능인의 허튼소리’를 출간한 스님은 음반 ‘마음의 향기’ 17집의 작사ㆍ작곡ㆍ편곡한 한국음반저작권협회 회원이며, 430여회 봉사한 공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