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여백

[노경민의 샘터조롱박 45회] 폭염의 가슴에 자유를 주는 접부채

올 여름에도 손풍기보다 접부채를 챙겨 다닌다 노경민 작가l승인2021.07.29l수정2021.07.29 00:4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더 강력한 자외선과 에어컨 시래기에서 뿜는 열기가 대지를 달군다. 연일 행정안전부는 안전 안내 문자로 코로나 19확진자 발생에 이어 폭염주의보까지 안내한다.

에어컨 없이 어찌 살았을까? 단열 잘 된 집에 들어앉아 문이란 문은 꼭꼭 닫아걸고 에어컨 바람에 더위를 피한다. 에어컨 없던 그 옛날에는 부채와 얼음덩어리로 견디었다. 계곡을 찾는 건 그나마 선비요, 대야에 발 담그거나 지하수 물에 등목하는 정도였다.

선비들은 도포 꼭꼭 여미고 갓 쓰고 부채 하나 들고 다녔다. ‘부치는 채’라는 말이 줄어서 부채가 되었다는데, 예의상 들고 다니기도 했다. 접부채에 산수화 그려놓고 좌르륵 펼치며 휘적휘적 바람이나 제대로 일었을까? 경망스러운 살랑살랑 부채질이 시원하였을까?

하긴 그래도 그 부채엔 다양한 용도가 많았다.
팔덕선(八德扇)이라 하여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주며, 쏟아지는 빗줄기를 머리 정도 덮어 젖지 않게 했다. 또 모기도 쫓았고 땅바닥 앉을 때 깔개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그뿐인가? 방향을 가리킬 때 쭉 뻗으면 되고, 사람을 오라고 손짓 대신 부채로 까딱였다.

빚쟁이와 마주칠 때 얼굴을 가렸다. 그보다 더 좋은 건 역시 남녀가 서로 얼굴 가리며 힐끗힐끗 곁눈질할 수 있는 게 부채였다. 뽀뽀 정도는 부채 속에서도 가능하였지 싶다. 소리꾼에게 부채는 무기며 한국무용 부채춤의 부채는 화려하다.

세 개의 날개 달린 선풍기가 나왔다. 전기를 이용한 바람은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땀까지 식혀주었다. 벽에도 걸고, 세워도 놓고, 이동이 간편한 앉은뱅이 선풍기. 요즘은 손풍기를 목에 걸거나 손에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활용된다.

선풍기보다 더 센 에어컨이 나오면서 삶의 질은 높이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게 됐다. 차만 올라타도 빵빵 한 에어컨 덕에 더위를 잊고 지낸다. 다만 밖에서의 거리 활보에는 재간이 없다. 손풍기도 좋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접부채를 가방에 챙겨 다닌다.

에어컨 바람 밑에서 부치면 더 시원하고, 햇볕도 가리며 보고, 싶지 않은 사람 피하고, 보이고 싶지 않은 부위는 부채로 가린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에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며 펼쳐 든 접부채. 산수화 풍경 즐기며 흐느적흐느적 부채질한다. 없는 바람이 일고, 잔잔한 물결도 일어난다. 거센 태풍이 일기도 한다. 접부채는 폭염에 지친 가슴에 자유를 준다. 마음 가는 대로…….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골프장TF전략사업기사제보광고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2가 50-5 태호빌딩 505호  |  발행·편집인 : 문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정호  |  전화 : 02-2277-7371  |  팩스 : 02-2277-1480  |  이메일 : master@thegolftimes.co.kr
제호명 : 골프타임즈  |  문광부등록번호: 서울 아 02033  |  사업자등록번호 : 202-16-92335  |  통신판매업사업자번호 : 제2012-서울중구-0827호  |  출원번호 : 40-2012-0016887
골프타임즈는 상표법에 의거하여 특허청에 상표(국,영문)등록이 되어있습니다.  |  골프타임즈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 보호를 받으며 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2021 골프타임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