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유동완 기자]

▲ 2008년 US오픈 당시 왼쪽 다리의 경골 골절과 왼쪽 무릎이 찢어진 인대로 우승을 확정짖고 포효하는 타이거 우즈

1895년 잉글랜드의 호레이스 콜린스(당시 21)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오픈’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고 지난해 2020 브라이슨 디샘보(미국)까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써냈다.

당시 우승 상금은 150달러였다. 한 세기 하고도 수십년이 흐른 현재 우승 상금은 2백 25만 달러(약 25억 원)로 세월의 변천사는 상금으로도 짐작케 한다.

첫 US오픈은 1895년 10월 4일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의 뉴포트 컨트리클럽의 9홀 코스에서 하루 만에 36홀 경기로 우승자를 가렸고 출전 선수는 프로 10명 아마추어 한 명이 전부였다.

1911년 존 J. 맥더모트가 미국 선수 최초 US오픈 우승자가 됐다. 이전까진 영국 선수들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미국 선수들이 정기적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PGA 투어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의 토너먼트가 됐다.

1950년 이후, 미국을 제외한 6개국의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남아공은 1965년 이후 5번이나 우승을 차지했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연속 미국 비우승자가 독주를 펼쳤다. 19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아공의 레티프 구센(2004), 뉴질랜드 마이클 캠벨(2005), 호주 제프 오길비(2006), 아르헨티나 안젤 카브레라(2007)는 모두 남반구의 국가 출신 선수들의 대세였다.

하지만 미국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우승으로 US오픈의 정점을 찍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개 대회 단 3차례 우승 기록이었지만 2008년 우즈의 우승은 역전의 드라마였다.

미국의 로코 메디아테에 1언더파 283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우즈는 우승 상금 135만 달러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 91홀을 소화한 끝에 거둔 성과였고 우즈는 그 당시를 회고하며 “내 역대 최고의 우승”이라고 얘기했다.

제121회 US오픈(총상금 1,250만 달러)은 2008년 우즈가 최악의 상황에서 우승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 사우스코스(파71. 7,643야드)에서 열린다.

우리에겐 2008년 우즈의 투혼은 아직도 뇌리를 스치는 대회다. 당시 우즈는 그해 4월 마스터스 준우승 이후 무릎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개월 뒤 US오픈 출전을 강행하며 복귀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언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즈의 의욕을 꺾지 못했고 다리를 절며 불굴의 투지를 선보인 우즈는 연장 18홀을 소화했고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월요일 서든데스 승부에서 파를 기록하며 보기를 범한 메디아테에 승리하며 메이저대회 14승을 기록했다.

왼쪽 다리의 경골 골절과 왼쪽 무릎이 찢어진 인대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우즈는 US오픈 3차례(2000, 2002, 2008년) 우승했다. 1997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라고 말했지만 우승하기 가장 어려웠던 대회는 2008년 US오픈이었다고 토로했다.

2008년 이후 13년 만에 US오픈이 토리 파인스에서 열린다. 황제의 귀환을 알릴 기회가 왔음에도 우즈는 지난 2월 차량전복 사고로 대 수술 이후 재활 중이다. 그런 우즈를 기리는 목소리가 대회 안팎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우즈의 빈자리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선수가 각자의 목표를 내세우며 이번 대회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PGA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필 미컬슨과 디펜딩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등이 그 주인공이다.

▲ 지난달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8번 홀로 이동하는 필 미컬슨과 구름 갤러리

만 50세 나이로 PGA 챔피언십 우승한 미컬슨은 역대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자로 거듭나며 평생의 경쟁자였던 우즈에게 보란듯이 백전노장의 강 펀치를 날리며 재활 중인 우즈를 자극하며 빠른 쾌유를 빌었다.

메이저 6승(마스터스 3회, PGA 챔피언십 2회, 디 오픈 1회)의 미컬슨은 US오픈만 우승이 없다. 커리어 그랜드슬램(PGA 4대 메이저 대회 석권)을 위해 US오픈 우승이 간절하나 준우승만 6차례 기록하며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 우승한다면 역대 6번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PGA 투어 역사상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은 선수는 진 사라센, 벤 호건(이상 미국), 개리 플레이어(남아공),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로 5명뿐이다.

▲ 지난해 US오픈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

지난해 폭발적인 장타를 자랑하는 ‘괴력의 사나이’ 디섐보가 “긴 러프는 나에게 아무런 방해가 안된다. 일단 멀리 보내 놓고 그린 주변에서 홀 컵을 향해 숏 게임을 하면 된다.”고 얘기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우승까지 일궈냈다.

우승 당시 330야드를 넘나들던 디섐보는 올해도 메이저 대회 세팅에 대해 자신감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토리 파인스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이 있음에도 “코스가 나하고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의 경기력을 믿는다. 과거와 달리 나는 똑바로 멀리 치고 샷 컨트롤도 상당히 좋아졌다”며 타이틀 방어를 자신했다.

한편, 한국의 이경훈(30)이 US오픈 자력으로 출전권을 손에 쥐며 “이렇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 줄 몰랐는데 US오픈에 참가할 수 있어 기쁘다. 항상 메이저 대회 출전은 기대되며 흥분이 앞선다.”고 밝혔다.

이경훈은 최근 AT&T 바이런 넬슨을 통해 PGA 투어 생애 첫 우승 했다. 지난 2014년과 2019년 US오픈에 참가했던 그는 두 차례 모두 컷오프 했다. 특히 2019년 페블비치에서 컷 탈락한 이경훈은 대회장을 떠나지 않고 아내와 함께 대회 3라운드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강행했다.

당시 US오픈 취재에 나섰던 본 기자는 본선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도 연습에 나선 이경훈을 보고 “언젠가는 우승을 할 선수다. 저런 정신이라면 못 이룰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당시 이경훈에게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메이저대회 연습장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잖아요. 비록 본선은 못 나가도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던 그의 얼굴이 선하다.

이경훈은 “US오픈을 가면 항상 선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끝까지 시험해보는 것 같다. 또한, 선수가 얼마나 준비를 잘했는지 확인하는 무대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메이저 대회는 코스 환경도 다르고 쳐야 하는 방법도 다르다. 코스를 조금 더 잘 파악하고 준비를 확실히 해야 좋은 성적을 내기에 지난주부터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존 람, 제121 US오픈 출전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 직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대회장을 떠났던 ‘불운의 사나이’ 존 람(스페인)이 자가격리를 뒤로하고 이번 대회 출전한다. 람은 2017년 이 코스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 우승과 2020년 준우승의 기록이 있다.

람은 패트릭 리드(미국), 마크 리쉬먼(호주) 등과 1, 2라운드에 나서며,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페어링 됐다. 이들은 모두 US오픈 챔피언이다.

전 US오픈 챔피언 조던 스피스와 스콧디 셰플러, 윌 잘라토리스(이상 미국) 등이 한 조에 편성됐고 필 미컬슨, 잰더 쇼플리, 맥스 호마(이상 미국)가 함께 경기에 나선다. 디펜딩 챔피언 디섐보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미국 아마추어 챔피언 타일러스트라파시와 함께 1, 2라운드 자웅에 나선다.

유동완 기자  golfyoo@thegol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