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산항 거류지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1880년 개항한 원산항에 1883년 인천, 부산과 동시에 바다를 열었고 원산해관이 만들어졌다. 원산해관에 근무하던 초창기 해관원은 거의 청국해관에서 온 영국, 미국, 독일, 러시아 등의 외국인들에게 위탁관리를 맡겼다. 원산해관에는 5~6명의 해관원이 근무했다. 그들이 1883년부터 1905년 까지 22년간 근무하면서 원산해관 구내에 6홀 규모의 골프코스 만들어 즐겼다. 훗날 잡목산의 중턱에서 산기슭에 걸친 외국인 주택을 해체했을 때 다락에서 히코리나무 소재의 조잡한 구식 클럽이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골프사서에는 ‘유목산’이라고 적혀 있다. 또 이를 그대로 받아 쓴 한국역사 자료에도 그대로 ‘유목산’으로 기술하고 있다.

일본의 골프사가이자 당시 경성에서 동양연료회사(東洋燃料會社) 이사와 경성골프구락부 회원으로 경성에 거주했던 다카하다(高畠種夫)가 1940년 11월 일본의 골프 월간지 ‘골프’에 ‘조선골프소사(朝鮮のゴルフ小史)’라는 기고문을 통해 원산해관에 골프코스가 있었다고 썼다. 이러한 근거로 한국 골프의 기원은 다카하다(高畠種夫)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한국의 골프관련 기관이나 연구물, 단행본에서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반 사이 원산해관에서 한국 골프가 시작됐다고 정리하고 있다.

근무지인 ‘원산해관에서 자신들의 주거지역인 외인촌으로 가는 길이 잡목들이 자라는 산 중턱을 지나간다’고 적고 있다. 골프코스는 산 중턱이 아니라 해관구내에 있고 그 잡목산은 해관에서 주거시설로의 이동경로일 뿐이다.

필자가 ‘대한민국 골프 120년사’를 쓰면서 그 원산해관의 기록을 찾기 위해 이북5도청이나 몇 몇 도서관 또는 골프사가들을 인터뷰를 했지만 석연한 답을 얻지 못했다.

코로나19 정국이라 접근도 쉽지 않았다. 원산해관 내 코스를 찾기 위해 파주에 소재한 대한골프협회 도서관이나 파주출판단지에 들락거리며 아무리 찾아봐도 원산코스에 대한 자료는 찾지 못했다. 이어 고지도를 보면서 기존골프사서에 표기된 ‘유목산’이라도 찾아보자는 심산으로 이곳저곳 수소문하며 고지도나 옛날 사서들을 닥치는 대로 뒤적거려도 ‘유목산’은 흔적도 없었다.

‘유목산’의 존재만 찾으면 그 유목산과 관련된 원산해관의 골프코스와 연계 될 수 있지 않을까해서 뒤졌으나 어느 곳에서도 ‘유목산’의 존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雑木山’으로 표기된 한자를 언어연구가인 박인기 박사에게 보내서 독음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이건 ‘잡(雜)’자의 일본식 한자 ‘잡(雑)’자 표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마침내 수정하게 된 것이다.

마을인근의 ‘잡목들이 들어선 조그만 야산’이란 뜻이었다. 세상의 어디에도 고유한 ‘유목산’의 이름을 가진 산이 없고 여러 가지 나무들이 섞여 자라는 ‘잡목산’이란 일반명사였다. 누군가가 골프역사를 재구성하면서 다카하타가 일본 <골프>지에 기고한 ‘雑木山の 中腹’의 ‘잡(雑)’자를 ‘유’자로 오독한 것이라 본다. 그 후론 모든 역사사료 글에는 ‘유목산’으로 표기되는 우를 범했다. 얼른 고쳐야할 오류다.

이젠 한국골프 도입의 확정 자료를 찾기 위해선 세상의 어느 지도상에서도 없는 ‘유목산’을 찾지 말고 ‘원산해관’ 찾는 게 확실하리라 본다. 

▲ 일본편 골프역사, 조선의 원산 골프코스가 언급되어 있는 기록. 1977년 재발행된 〈세계골프대관 · 일본편〉, 신판 일본골프 6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