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산 송도원 코스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세계 골프무대에서 한창 진가를 올리고 있는 한국에 골프도입과 한국골프의 맥을 이은 근대골프장의 사료를 통해 한국골프의 역사를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책이 나와 한국골프계에 새 이정표를 세워준다.

한국 근대스포츠사학자 손환(중앙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30여 년간 한국골프의 사적자료를 발굴해 정리한 ‘한국골프의 탄생’이 도서출판 민속원에서 지난 4월 출간됐다.

이 책에 우리나라 골프도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원산해관 구내의 원산코스 존재를 나타내는 자료가 있다. 당시 경성골프구락부 회원인 골프사학자 다카하다가 1937년 1940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 골프잡지 『GOLF』 등에 기고했던 ‘조선골프사’와 ‘조선골프소사’란 글 전문을 입수, 번역해서 부록으로 실었다.

또 ‘조선골프연맹’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조선골프연맹 규약(전문 제8장 제20조)’, ‘조선골프연맹의 대회 규정’ 등을 실어 한국골프사 역사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다. 나아가 현재 대한골프협회의 맥을 1937년 창설한 조선골프연맹까지 소급해서 연결시킬 수 있는 사료를 제공했다. 동시에 사단법인 ‘부산골프구락부 정관’ 전문도 실어 당시 지방골프단체에 대한 한국골프의 역사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1930년대 경성을 비롯 대구, 인천, 평양, 전주 등 전국에 유행했던 미니골프형태인 ‘베이비골프장’의 존재를 밝혀 놓았고 캐디 이야기도 곁들였다. 당시에도 요즘처럼 경기보조원을 캐디로 불렀고 한국 캐디의 지혜로움을 적은 이야기가 주 내용이었다. 그밖에도 기존 대부분의 골프사서에는 원산 송도원골프장 개장일이 1929년으로 표기됐는데 손환 교수가 당시 발간된 신문에서 발굴한 자료를 통해 1924년 개장으로 지방구락부로써는 젤 먼저 탄생했다고 수정했다. 또한 경성골프구락부를 비롯 지방의 코스 클럽명이 모두 구락부였으나 대구만이 ‘대구골프회’로 결성됐음도 밝혀 놓고 있다.

손환 교수는 자료 수집가를 통해 송도원 원산골프장 사진과 효창원골프장 레이아웃, 군자리코스 레이아웃 등이 실린 엽서를 수집한 사진자료들과 그 당시 ‘전조선골프대회’ 등 각종 경기내용과 코스운영경비, 회원구성원, 내장객 수 등의 자료도 함께 이 책에 담아서 한국골프계의 역사를 풍성하게 해주었다.

손 교수가 책을 집필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일본유학시절 연구실 복도의 큰 휴지통에 ‘광복이전 조선골프의 발상과 발달’이라고 인쇄되어 있는 논문표지가 버려져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일본골프사연구자가 일본골프학회에 실은 논문이었다.

수년에 걸쳐 일본과 국내를 돌아다니며 사료를 수집한 끝에 골프역사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그 성과를 활용해 한 권의 책자로 정리한 것이다. 끊임없는 사료수집에 대한 열정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 책이 ‘한국골프의 뿌리를 알고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고 손 교수는 말했다.

한국 근대스포츠사학자인 손 교수는 ‘조선야구사’를 번역했고 골프만이 아니라 향후 원산이 우리나라 스키의 발상지라고 말하며 스키역사를 집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저자 손환 / 167쪽/ 민속원)

▲ 효창원골프장 코스가 담긴 엽서

사진 제공=손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