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황정옥 한국화가] 신나라 씨는 경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또 박물관 가까운 곳에 살았기에 늘 보던 것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전국의 흙을 만지면서 인물상을 도자기로 구워내 생명을 불어넣고자 시작한 작품들이 우리 민족 선인들의 모습으로 환생되고 있다. 여러 가지 작품 소재를 빚기도 하지만 옛날부터 인물상에 관심이 많았던 신 작가의 손끝에서 동기상응하는 우리들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신나라(호 : 토랑) 작가는 가슴 한구석에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늘 관심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작품은 내손으로 만들면서 신나게 흙장난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문화의 도시 경주에서 쌓은 DNA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추출해 본다.

지난 날 여행사를 하면서 여러 곳을 다니며 색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관심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인물상으로 구워진 물건에 손이 저절로 가곤 했다. 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빚어낸 작품들이 대부분인데 ‘자연을 갖고 놀아보자’라는 생각으로 흙을 만지게 된 것이 동기다.

남들이 알까봐 살짝궁 전국을 다니며 흙의 성분을 관찰하고 색상을 찾기 위한 부단한 세월이 얼마 이었던가. 스승도 없고 독학이라는 것이 이리도 외로운가 싶어 철퍼덕 퍼져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여러 번이었다.

흙의 성분이 분석 안 될 초기에는 흙을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듯이 혼자서 중얼거리던 시간이 많았다. 작품을 만들면서 아는 선생님이라도 있다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당장 달려가 상담이라도 하겠지만 혼자 해결하다보니 그동안 힘겨운 고비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힘겨움 때문에 얻는 것도 많았다. 남들이 얼어있는 흙으로는 도자기를 빚을 수 없다는 말이나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흙에 도전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했고 궁금해서 만들어 보니까 더 재미있고 고급스러운 작품이 나왔다.

결국 이를 해결 해낸 뒤의 성취감은 더 컸다고 신 작가는 말했다. 신 작가는 특히 갈라진다는 흙에 더 매력을 느꼈고 그걸 작품으로 만들어 내면 더 큰 희열이 아니겠냐며 순전히 불가능한 흙 작업에서 숱한 실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고 말한다.

흙의 성질을 알게 되는 시간은 10년이 더 걸리는 것인데 독학으로 공부해서 얻은 노하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눈감고도 흙의 성질을 알게 됐다는 신 작가는 고용토, 갈생고용토, 산청토, 흑토, 흑청토, 백토 등등의 흙을 다 사용해보았다고 자부한다.

황토는 주저앉기도 하고 1200도 온도로 구운 2차에서 흐릿하게 나오기에 흙을 잘 선택해서 작품에 어울리는 것으로 골라서 하게 된다.

일반인들은 모두 자기라고 말하면 식기류로 생각을 하는 고정관념이 있어 이해가 조금 부족하다. 영국에서는 왕자나 공주풍의 자기상을 만들어 백화점에서 시판이 자유로운데 우리나라는 이런 작품을 다루는 작가들이 인기품목이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별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선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작품을 보면서 생명력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전혀 흥미가 없었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한 신 작가는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작품을 소장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게 된다면 더 행복할거라는 생각에서 주로 우리의 삶과 공유하는 인물상을 많이 빚어내고 있다. 이를 만들면서 잘 아는 선생님이라도 있다면 상담이라도 하겠지만 혼자 해결하다보니 힘겨운 고비들이 많이 있었다.

예술 활동이 그렇듯이 혼자만의 숱한 시행착오 끝에 빚어진 작품들이다. 작품을 보는 이들이 ‘넌 타고난 천재야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멋스럽게 작품을 빚고 관람객을 울리고, 갖고 싶도록 만드냐’라며 안달 내는 이들이 많아 작가의 피나는 노력은 간과되지만 그래도 즐거운 비명으로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신 작가는 귀띔한다.

신 작가가 그동안 빚었던 작품은 대부분 인물상이다. 그 중에서도 금강역사신장이나 강하고 투박한 모습의 얼굴상에 매료되어 만들었던 것이 최근 우리역사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 민족의 인물들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도깨비 같은 얼굴상을 만들었는데 우리민족사에 나타난 치우환웅이라니 정말 놀랍다고 신 작가는 말한다. 비록 얼굴상은 우악스럽지만 그래도 친근감이 가면서 삿된 것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벽사용이라는 점에서도 치우와 동기감응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4720여 년 전 배달나라 제 14대 환웅인 자오지 환웅이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면면히 흐르는 우리민족의 DNA를 만나게 된 것이다. 신 작가의 손을 통해서 현재에 재탄생하고 소위 잃어버린 우리역사에 대한 복본의 역할에 충실하게 됐다는 것은 어떤 기운의 작용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 밖의 인물로는 신하, 동자승, 도깨비, 불상, 단군상, 마고상과 암막새, 용모양, 고려벽화상, 자연 소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흙을 만지고 있으면 만들고 싶은 것이 자연스럽고 더 다양하게 그려진다고 밝히는 신 작가는 천재적인 영적 기운을 가진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이처럼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성을 확인하게 된 동기는 최근 카카오톡스토리(카스)에서 우연히 마고 수봉을 만나면서다.

마고 수봉이 우리민족의 역사서인 ‘부도지’를 카스에 올리면서 공부를 하게 되면서 인연이 됐다. 그곳에서 어떤 느낌으로 만들어 진 자신의 작품이 치우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순간 너무 놀라서 서울로 마고 수봉을 찾아가 만났던 것이다. 마고 수봉은 말없이 고조선과 고구려 벽화 등등의 역사책을 내밀며 보라는데 소름이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원주 작업실에서 만들고 있는 작품들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난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를 자문하게 된 순간이었다. 분명히 역사에 관심은 있었어도 공부를 않고 흙으로만 지낸 시간들이였는데 이것이 무엇인가를 마고 수봉은 분명 알고 있었다.

신 작가가 주로 만들었던 인물상들은 생각대로만 만들었는데 부도지에 담겨진 역사 속의 주인공들로 환생하고 있었다니 그저 스스로에 감탄할 뿐이라고 밝힌다.

인물상을 만들다 보니 어떤 영감에 따라 만들었고 만들다보면 인도인의 얼굴이나 몽골인의 얼굴이 자꾸만 나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점은 우리 선조들이 과거 중원을 호령했던 기질이 어떤 동기감응을 통해 면면히 작품 속으로 스며든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만들어질까? 늘 궁금하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그 답을 부도지와 역사서를 보면서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 작가는 우리 선조들의 모습들이 자신의 손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고 있다. 느낌이 가는대로 만들고 흙과 함께 할 땐 최선을 다해 혼을 담아간다고 할까요. 쑥스러운 듯 웃음으로 말하는 신 작가는 마치 개구쟁이 소녀로 보였다.

그 동안 작품에 관하여 말이 고팠던 신 작가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신바람 난 얼굴이었다. 가만히 보면 천진난만한 자기 작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앞으로 역사에 숨겨진 인물이나 사연을 흙으로 재연한다는 다부진 각오로 누구나 갖고 싶은 혼이 깊든 작품을 빚겠다고 다짐한다. 현재 작업실은 원주시 단구동 1544-1에 있다. 문의 010-9980-0533

황정옥 한국화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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