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아줌마가 간다.
길바닥에 떨어진 명함 한 장이 눈길을 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집어 살펴보니 돈 빌려준단다. 목돈 빌려주고 푼돈으로 갚으란다. 경제는 어렵고 물가는 오르고, 돈 쓸 일은 더 많으니 걱정이로다.

사전에서 명함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성명, 주소, 직업, 신분 따위를 적은 네모난 종이쪽’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회사 명함은 당연하고, 광고용으로 음식점에서도 영업하는 곳이면 어디서든 명함을 비치해놓았다. 흰색의 가로 명함이 이젠 각양각색의 색깔과 다양한 모양에 금테까지 두르고 유광 은색을 씌우는 등 고급화됐다.

예전에는 사장이나 장급의 높은 사람이 명함을 가졌다. 그러나 이젠 나를 알리는 소개장으로 손쉽게 만들어 뿌린다. 명함 디자인도 다양하다. 컬러 얼굴 사진까지 넣어 친절함과 감성을 자극하는가 하면 한글 이름 위에 한자와 영문도 표기했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블로그, 홈페이지 등이 박혀 있다.

명함 뒷면은 또 어떠한가. 가히 이력서 수준으로 학력, 경력, 수상 등 빼곡하다. 정치인 명함에는 저서 표기로 ‘문무(文武)를 갖춘 지식인’임을 자처하는데, 대부분 대필 작가에게 의뢰한 책이다.

명함이 그 사람의 인품을 말해주진 않는다. 자주 바뀌는 명함은 성실성을 보여주진 못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바뀌어 영원한 건 없다. 그러나 앨범의 사진처럼 모아둔 명함을 한 장씩 꺼내보며 누구인지 기억해내면 새로운 감회를 준다.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거나 여길 갔었던가 싶은 장소 안내명함도 있다. 정작 다시 찾고 싶은 곳의 명함은 없다.

요즘은 명함보다 휴대폰을 내민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카톡 프로필로 그 사람의 삶(?)을 살피기도 한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순간 연락처의 모든 것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수첩에 적고 명함을 모아두었던 시절이 새삼 그립다.

말과 행동이 명함과 일치하는 사람, 진정성이 담긴 사람의 기분 좋은 명함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광고 카피처럼 받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감성의 명함, 정성스레 두 손으로 받는 명함이 그의 진정한 얼굴인데…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