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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박원명화 제3회] 겨울연가

굳세어라 금순이가 되기로 마음먹고 박원명화 수필가l승인2021.01.20l수정2021.01.2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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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박원명화 수필가] 겨울이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람은 살을 파고 들것처럼 매섭고, 흰 눈은 나비 떼처럼 펄펄 내리고, 도로는 썰매 장처럼 꽁꽁 얼어붙고, 창 너머 바깥세상은 온통 겨울 냉기로 가득합니다. 1년 가까이 코로나19 질병의 행패에 시달린 것도 모자라 날씨까지 사람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수도와 보일러가 동파되고, 아파트에서는 하수배수관이 얼어 1층으로 역류한다며 세탁기를 돌리지 말아달라는 방송이 연일 흘러나옵니다.

그렇다고 일상의 생활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날이 풀리기를 기다려 보지만, 열흘 가까이 동장군의 기세는 꺾일 줄 모릅니다. 집 콕하며 하루 세끼 밥 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책보고, 컴퓨터 열어 들여다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그렇고 그런 날들이 계속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어두운 깊은 수면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반복의 권태기랄까요. 삶이 자꾸 나태해지고, 눈 뜨는 하루가 지겹고 무료해집니다.

때마침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첫말이 대뜸 ‘뭐 하냐’라고 묻습니다. 나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뭐하긴! 밥 먹고, 싸고, 잠자고, 산다’라며 심통 부리듯 쏘아붙입니다. 재미있다는 듯 킥킥 거리는 친구의 웃음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려옵니다.

“사는 낙도 없고, 마음도 우울해지고, 사는 게 정말 왜 이런지 모르겠다”
“호강에 요강 탄 소리마라, 사는 낙이 없기는…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하루가 얼마나 큰 복인 줄도 모르고 앙탈을 부리는 것이야. 지금 이 날씨에도 먹고 살기 위해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아파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도 있고, 노년에도 쪽방에서 고생스레 살기도 하는데, 너는 배부르고, 등 따습고, 건강하게 살고 있음을 감사해야지……도대체 언제나 철들래”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복에 겨운 투정을 부린 것 같아 그만 부끄럽고 멀쑥해집니다. 말 타면 종두고 싶은 게 사람의 욕심이라던 어머니의 가르침을 그동안 잊고 살았던 듯싶습니다. 나도 한때는 힘들고 어렵게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신혼 초, 시베리아 벌판 같이 외풍이 휘몰던 옥탑 방에서, 40대 끝자락에서 암수술을 받고 삶과 죽음을 오르내리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내가 이만큼 건강하게 살고 있음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추위가 무슨 대수던가요. 마음만으로 못할 것이 무엇이랴 싶어 무모하고 충만한 자신감을 갖고 외출을 감행합니다. 하지만 나의 그 허세가 무모하다는 걸 알기에는 문 밖을 나와 몇 발자국을 떼어보니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햇살은 따사로우나 어제 내린 눈은 그대로 쌓여 있고, 냉기로 똘똘 뭉친 삭풍은 사정없이 살갗을 할퀴고, 얼음판이 된 길에서는 발길 떼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사는 일을 멈출 수 없듯 볼일은 꼭 봐야 하겠기에 굳세어라 금순이가 되기로 마음먹고 마이웨이(My Way)를 외칩니다. 삶은 톱니바퀴와 같으니까요.

수필가 박원명화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이며 제9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ㆍ연암기행수필문학상ㆍ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색깔, 길 없는 길 위에 서다, 풍경’ 외 수필집 다수.

박원명화 수필가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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