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한 해의 끄트머리에 왔다.
새 다이어리를 꺼내놓고 집안 식구와 지인들의 생일이며 기념일, 대소사를 숫자 위에 적어놓는다. 눈치 채라고 빨간 동그라미가 아니라 적나라하게 적어나야 직성이 풀리고 드러내야 안심이다. 핸드폰 알림도 좋지만 일일이 입력해야 하니 번거롭고 달력과 다이어리에 표시해두면 함께 하는 대소사는 확실하다.

적는 거 좋고 스크랩하는 것도 참고하기 위한 행위로서 순간순간 적어놓아야 안심이고, 하루하루를 정리하며 기억하고자 함이다. ‘세줄 쓰기’ 일기도 있다지만, 일기 속엔 넋두리와 푸념과 인내가 고스란히 담겨 나를 돌아보며 나에게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다. 늘어놓는 푸념으로 마음이 차분해지며 정리가 된다. 사진첩을 보며 추억하듯이 지나간 다이어리와 일기엔 새록새록 지나간 삶이 나를 일깨워준다.

하루 앞도 모른다지만 지나간 시간도 아슴츠레하다. 매일 쓰는 간략한 다이어리 메모로 채워지는 바쁜 일상이 든든하다. 그 한 해, 한 해를 다이어리 속에서 찾아보며 또 느낀다. 그래, 굵은 마디는 따로 또 적어 한 눈에 보아야 하는 것도 기억력의 쇠퇴로 오는 정리습관이다.

얼마나 자주 다이어트를 했는지, 언제 망가졌는지, 누구 땜에 마음 상했는지, 누구로 행복했는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가 보인다. 소식이 깜깜인 친구도 챙기고 인사드릴 선배에게도 소식 전할 수 있는 것이 다이어리의 맛이다. 세상은 나와 함께 늘 움직이고 있음을 직감하기도 한다.

세월을 이길 수 없으니 적고 또 적고, 적은 곳은 다이어리가 먼저이니 적은 곳을 잊을 일도 없다. 해묵은 다이어리로 지나간 시간들이 살아 움직이고 더러는 오류도 생겼지만, 그 순간만은 잘 해낸 것을 돋아주자고 자위하며 한 치 앞을 모를 내일을 사는 거다.

올해는 아이출산에 엄마 돌아가셨으니 삶이 돌고 돈다. ‘회자정리’ 한 해를 정리 할 시간.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하여도 또 다른 시간이다. 어제의 오늘은 다른 얼굴로 다른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오늘은 보슬보슬 눈이 내리고 세상이 순백으로 눈길이 걱정되며, 나갈 일보다 창밖을 지켜보는 안전한 길을 택한다. 밖엔 더 무서운 코로나19가 기다리니 피하는 것이 상책이로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