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관식 객원기자] 강원도 춘천 김유정역 주변에 기존의 김유정문학관과 잘 어울리는 연극 무대가 신설돼 관심을 끌고 있다.

극단 나배우가 지난 11~12일 춘천시 아트팩토리 봄에서 연극 ‘실레마을 트롯’을 일반 관객에게 선보였다.

2015년부터 문화프로덕션 도모의 연극교실에 참여한 배우들이 2018년 창단한 극단 나배우의 단원들은 이날 정기 공연에서 프로배우 못잖은 끼와 열정을 발산했다.

극단 나배우와 (사)문화프로덕션 도모가 주관한 이번 공연은 춘천문화재단, 극단 도모, 다담 포토 스튜디오가 후원했다.

연극은 실레마을 청춘하우스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네 명의 할머니들이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티격태격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나이 일흔에도 심장이 뛰는 무모한 사랑을 쟁취하려는 강점례(안윤희)는 얼핏 김유정 소설 「봄봄」의 점순, 가슴이 빵빵한 근육이 멋진 상대 차돌석(임준혁)은 소설 속 데릴사위를 연상시킨다. 딸과 인연을 끊고 숨어 살아가려던 이금자(이은주)는 결국 딸이 찾아오면서 속내를 들켜 버린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간직해 온 아픈 사연을 감춘 채 살아오던 어느 날 진달래 여사가 가족으로 합류한다. 그러던 중 실레마을에 전국노래자랑이 열린다는 소식에 할머니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결국 이들은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대상 상금을 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한다. 적당히 웃기는 옆집 할매와 기막힌 사회자 숭해 흉내를 낸 이혁종,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선보인 초대가수 역의 남윤미, 실감나는 율동과 노래를 소화해낸 진달래(음미경), 최이쁜(최희지), 박월선(박애연) 등 다섯 여배우들의 연기가 박수를 절로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 고복자(이윤서), 금자 딸(신선영), 배달청년(원인호), 사회복지사(최민희) 등이 감초 역으로 최선을 다했다.

비록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환경 속에 열려 아쉬웠지만 향후 수도권 시민들이 김유정역 인근의 금병산, 김유정 생가, 맛집 등과 연계해 찾는 춘천 명소로 자리 잡는 매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는 홍보 차원에서 무료 초대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서 그 예측이 쉽게 가늠됐다.

주인공 강점례 역의 맛깔난 연기로 다양한 웃음을 유발한 안윤희 대표는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했지만 쉽지만은 않아 우린 매운맛을 제대로 봤다.”며 “하지만 매운맛은 중독성이 있다는 말이 맞았다. 그새 우리도 모르게 도전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매운맛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김미아 작가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노년층은 더 늘어나고 더 많은 노인들이 소외되는 사회이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전 우리 시대를 이끌어왔던 장년층이었다.”며 “그들이 이 시대의 어른으로 당당하길 바라며, 지나온 시간에 공경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또한 다가올 미래의 노년과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노년의 외로움과 슬픔에서 오는 연민으로 억지 눈물을 조장하지 않고 재미있는 웃음과 흥겨운 노래 코드로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은 점이 돋보였다. 그래서 앞으로 극단 나배우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