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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만지다] 가지치기

골프타임즈l승인2020.11.18l수정2020.11.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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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담장을 넘겨봐선 안 돼
키 작은 주인에게 와서 쑥쑥 자라준 네 탓이야
일 년을 기다려온 꽃눈 보여줘도 소용없어
이것 잘라내면
저것 눈에 거슬려
인간사 진즉 그렇게 정리했더라면
빚보증 빨간딱지로 길거리 나앉지 않았을 것을
유독 너에게만 야멸차게 싹뚝싹뚝

다 정리했다 내다보니
콩나물 시루걸이 몽둥이 두 개
하늘 향해 솟았다.
       
-박정선 시 [가지치기] 전문-

[생각 하나]
쥐며느리와 동병상련이라고! 그래서 끙끙거리며 시를 쓴다고 하니 퍽 다행이다. 박정선 시인은 우선 성격이 밝고 낙천적이란 생각이 든다. 시풍을 보면 발상이 톡톡 튀고 언어의 펀을 잘 다루는 한편 리듬감도 좋다.

어려운 사건을 능청맞게 풀어내는 기술이 뛰어나고 우선 시풍이 경쾌한 느낌을 주는 점이 나를 끌어당긴다.

담장을 넘겨다보면 재미있는 사연이 많을 텐데 왜 자르나?

키가 작다는 주인은 누가인가? 정녕 키다리 아저씨가 아닌 눈으로 보면 세상만사가 거슬리지 않는 것이 있겠나. 인간사 그렇게 싹둑싹둑 정리할 수 있다면 하찮은 꼴 안보고 얼마나 좋을까. 결국 인간은 맥시멈과 미니멈 사이에 사는 것인데 어떤 종교의 상징도 되고 휘두르는 몽둥이도 된다면야 응당히 살면서 접할 만도 하겠지. 생명을 키우는 시루로 남아버린 꼴이 토르소 다름 아니렷다. 그 부분으로써도 충분한 상징이 되긴 하다.

우리가 거슬린다고 자르고 또 자른다고 해서 다 해결될 것 같았으면 우리의 삶이 고통도 슬픔도 없이 마냥 즐거웠겠지. 그나마 희망은 하늘을 향해 솟았으니 망정이지, 그래도 내년엔 키 좀 키우면 담장을 너머다 볼 여유는 허락하겠지. 꽃눈일랑 안 보여줘도 이순의 길이 훤히 트이겠지. 차라리 생명을 키우는 가지는 그냥 두고 담장을 허물어버려야 할 듯. 담장을 경계에 두고 내면으로 가라앉는 것도 시가 되겠지만 외연으로 확장하는 것도 시가 되리라 본다. 침상 머리맡에 두고 가끔 시집을 펼쳐보면 공감되고 킬킬거리며 난데없는 감정의 꼬리를 다잡는 그 노릇을 충분히 하겠다.

시(詩)를 만지다 보러가기➧시를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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