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고희에 등단, 팔십 둘에 두 번째 수필집 ‘내 걸음의 연둣빛’을 출간한 김현순 수필가. 2014년 첫 수필집 ‘나목의 길’ 이후 6년만의 상재이다.

‘내 걸음의 연둣빛’에는 43편의 수필이 4부로 나뉘어 수록됐다. 독자는 어디를 펼쳐 어떤 글을 읽던 문장 흐름의 편안함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작품 소재가 설사 무거워도 김 작가의 문맥에 녹아들면서 마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처럼 가라앉는다. 이는 긍정적으로 살아온 삶의 연륜과 심성이 빚은 작품 속 또 하나의 알맹이다.

김 작가는 ‘글 문을 열며’에서 “표현하는 인생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표현은 삶이다. 이제 차곡차곡 6년을 키워 상재한다. 나를 돌아보고 이웃을 보며 많은 삶의 형태 속에서 나의 색깔을 만드느라 긴 세월을 살아왔다. 내가 키운 ‘사랑의 열매’를 세상에 내놓으며 조금은 두렵다”고 고백했다.

작가는 ‘세상이 이 사랑의 열매를 얼마나 환영할지 조심스럽다’고 밝혔지만, 그것은 작품마다 담은 진솔한 삶의 모습이 독자에게 어떻게 투시되는가의 걱정만은 아닐 것이다. 결코 적지 않은 팔십 둘의 고령 사유(思惟)를 수필로 형상화했는데, 과연 맑고 시린 생명으로 얼마나 그려냈는지 자성(自省)의 갈등을 우회적으로 실토한 것이 아닐까.

김 작가의 자성과는 달리 평론가 한상렬 교수는 김현순의 작품세계에서 ‘작가 김현순의 수필은 변신 뒤에 아픔이 존재하고 그 고통을 감내하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화자가 비록 평범한 일상의 편린이지만, 작품마다 작가의 따사로운 성정과 삶을 투시하는 예지가 돋보인다. 그런 연유로 그의 작품 세계에 빠지다보면 우리는 어느덧 아름답던 지난날의 공간으로 인도되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아팠던 추억에 젖게 하며’ 깊은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선우미디어 출간/국판 248쪽/양장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