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액체설

고양이는 액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맞지도 않는 종이상자에 몸을 맞추고
동그란 어항에도 구겨져 들어가는 고양이는
분명 흐르는 액체다, 딱딱한 책이 아니다.

(그는 분명 시인이며 화가일 것이다.
시인은 엉뚱한 시론으로 언어를 조작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언어로 고정된
이미지를 흔들어 또 다른 사물을 조작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언어로 고정된
이미지를 흔들어 또 다른 사물을 창조하고
화가는 형태를 부수어 뒷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끝내
시간 앞에 액체다.

*프랑스 리옹대학 물리학 연구소 과학자 ‘파르딘 마크-앙투완’의 가설

나는 지면에서 글로 만났건 사람으로 만났건 간에 관계를 중요시 한다. 강시인도 첫 대면은 조그만 회합에서이다. 설왕설래 오고 간 대화. 집으로 여러 권의 시집과 번역서 논문집 까지 보내주셨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고양이 액체설을 받았다.

박제천 교수의 해설에서 사람의 척추 뼈는 33개, 고양이는 53개로 이루어져 있기에 당연히 더 잘 구부리고 뼈와 뼈 사이의 디스크 완충 작용도 뛰어나 마치 액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시인은 살아있는 것뿐만 아니라 기체 고체 심지어 모든 사물을 액체로 흐르게 한다고 서술한다.

시간을 본 것이다. 미래, 앞으로 달려간 시간 속에서 사물을 응시한 것이다. 천년일지 만년 억년일지 모르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녹여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머지않아 흐른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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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