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무신공-상록객담

여 협객이 혓바닥으로 독침을 쏘아댄다. 여 협객이 휘두르는 독침과 칼날에 남녀무사들은 좌우로 쓰러지고, 냉랭한 눈빛에서 쏘아대는 우렁찬 칼날 부딪히는 파장에 기겁한다. 거대한 여 협객의 몸집과 키에 주눅이 든 상록객잔의 골목 어귀는 여 협객이 일으키는 혓바닥 장력에 대해 수런거린다. 아미문파의 새로운 무공에 해당하는 설무신공 장법은 정현사태 만큼이나 용맹한 기개로 개발한 무술인 바, 현세에선 가장 드센 신공인지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표적자가 된 한 사람의 숨통 조이는 건 일도 아니다.

여 협객은 먼 이국의 명산에서 수련한 자로, 최고의 여 협객임을 입증하기 위해, 동시다발의 쌍칼과 독침으로 혓바닥 위에서 일격 강타의 검무를 춘다.

상록객점이 들썩거린다. 묵묵히 날고기를 씹던 무사들이 귀가 번쩍 열린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신공이 펼쳐지자 객점의 나른하던 눈이 휘둥그레진다. 무사들은 저마다 따스한 입김이 그리운 맹공의 방랑자들. 언 가슴에 화씨의 순도를 높여줄 쓴 잔을 들고 낭만의 축배를 꿈꾸는 자들, 무사들 앞에서 난무하게 휘두르던 여 협객은 제 칼에 잘려버린 혀에서 피가 솟구친다. 여 협객의 거구가 쌍칼을 뱉으며 나가떨어진다. 무사들은 자신의 독침을 혀 밑에 감추고 술잔 속에 잠긴 달그림자를 마신다.
       -저자 신단향 시 [설무신공-상록객담] 전문-

한편의 진한 활극을 보았다. 활극을 보고 나면 아무데나 달린다. 한 판 열심히 뛰어다니다보면 손에 흥건히 땀이 젖는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목구멍에서 단내가 난다.

신단향 시인은 나에게 신비로운 빛깔의 무지개다. 사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물고기든 그 내면을 알아가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별을 보고 평생 신비에 빠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르는 건 신비고 그리움이고 희망이고 선동의 이끌림이다.

신 시인은 그러한 이유로 나에겐 언어의 마법을 부리는 여황제다. 언어를 부리매 가히 황제다. 남성이다. 활달하고 용기가 하늘을 찌른다. 에이 어떻게 하늘을 찔러! 아니다 신 시인 말의 칼은 마법 칼이어서 베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처도 안 나지만 그 위력은 하늘을 찌른다. 그 마법의 칼로 길가에서 고성방가 취객들을 잠재우고 타이른다.

누구라 감히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단 말인가! 세기말의 여신이다. 가끔 초록색 옷을 입고 하얀 비단 백단의 드레스를 입고 위험 속을 당당히 걸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글 속에서 고백은 사실은 무섭다 하는 것 같다. 비명이 새나오는 걸 몇 번이나 하얀 비단 옷소매나 빨간 레이스로 막는다고 하였다. 그랬다. 내장을 다 토해 낼 것 같은 두려움 앞에 당당히 일어설 수 있는 또 다른 심장을 가진 사람 그것을 용기라 말하고 싶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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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