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EBS다큐 자연의 세계 화면 캡처)

미지의 흰 새 알바트로스

긴 날개 때문에 뒤뚱거리며 걷다가
사람들에게 쉬이 잡혀 웃음거리가 된
바보 새 알바트로스
폭풍이 몰아치면 바람 끝에 올라타
하늘로 솟구치는 너의 날개가 용맹스럽다

그렇다
충전된 열량을 순식간에 쏟아내
초고속 도로로 더 멀리 더 높게 비상한다
짙푸른 창공을 날며 아래를 굽어보는
너의 상승욕구는 그리움이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뜨거운 태양 때문에
촛농이 녹아 추락했지만 알바트로스

하늘을 나는 너의 꿈과 욕망은 창창하다
펄럭이는 바람도 굽이치는 파도도
네 앞에 꼼짝 못한다
네가 날면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덮는다

그러나 알바트로스
숨차게 달려 건너고 건너도 망망대해 바다일 뿐
더렵혀져 죽어가는 땅 네가 내릴 육지는 없다
넘실대는 파도의 물 빛깔이 파랗다고 느낀 순간
미지의 흰 새 알바트로스

너는 외로운 혼자가 된다
     -저자 김선옥 시 [미지의 흰 새 알바트로스] 전문-

김선옥 시인은 61회에 올린 천영희 시인의 부군이다. 김 시인의 시집 한 권을 독파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울컥 솟았다. 동양방송 프로듀서로 입사해 KBS 라디오제작센터장, 경인방송 대표이사 전무까지 지내신 분이 우스꽝스런 ‘흰 새 알바트로스’(프랑스 샤를르 보를레스 작품도 있음)를 마치 독백이나 비밀을 고백하는 듯이 감정이입한 때문이다.

더하여 시집 속의 말 풀기, 말(言), 말2, 말3, 말4, 봄의 침략에서 보듯 아팠던 시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작금의 상황 코로나19처럼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봄을 생각하게 했다. 그래도 전염병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기나 하지! 또 하나 ‘이름’이란 시 때문이다.

이름을 불러본다/아득히 사라져가는/아니 기억이 가물거리는/당신 이름을 불러본다/ 며늘아 아가야로 바뀌어/시부모 모시던 이름/집 사람 안사람으로 짐승 아닌 사람으로 변모되어 불리었던/ 그 이름/ 내게 시집 와 까맣게/ 잊혀져버린 당신 이름을 지금에야 살며시/ 불러본다// 영희야! ‘이름’ 전문, 이름 시를 읽고 나는 울었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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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