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조약돌에게

어떡하면 너처럼
깨끗해질 수 있냐고
바위가 조약돌에게 물었다
흐르는 물에 몇날 며칠
씻어내면 된다고
조약돌이 대답했다
어떡하면 너처럼
깨끗해질 수 있냐고
바위가 또 물었다
햇볕에 몇날 며칠
말리면 된다고
조약돌이 대답했다
어떡하면 너처럼

깨끗해 질 수 있냐고
바위가 다시 물었다
달아오른 불에 몇날 며칠
헹구어내면 된다고
조약돌이 대답했다
어떡하면 너처럼
깨끗해 질 수 있냐고
바위가 재차 물었다
나처럼 요렇게
작아지면 된다고
조약돌이 대답했다
     -저자 정옥임 시 [바위가 조약돌에게] 전문-

내가 짓는 시의 요즈음 화두는 묻고 대답하는 대화형식이 많다. 하루에 만 단어를 소화하지 못한 날은 내가 나에게 묻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것을 서너 번 소리 내어 읽는다. 그리고 혼자 흐뭇해한다.

만 단어 음절이 아니고 만자에 가까우면 만족하기로 한다. 친구는 만 단어 채운다고 자주 전화한다. 고맙다. 아무 것도 아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도 그 친구와 이야기하고 나면 괜히 즐겁다.

혼자인 사람은 한마디도 건넬 사람이 없이 하루를 보내는 때도 있다. 복도를 서성이고 이방에서 저 방으로 왔다 갔다 하기고 하고, 그럴 때면 누가 나 좀 귀찮게 좀 해 줘! 하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다 동화를 읽고 나도 엉뚱한 동심의 세계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신현득 선생님께서 <동심이 놓이면 못할 것이 없다>에 꽂힌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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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