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갈이

한 해 묵힌 밭을 갈아엎는다.
샛바람이 인다.
쟁기 끝에 흙먼지가 날린다.
헝클어진 머릿속 같이

쓰러지는 풀을 피해
폴짝거리는 개구리
용케도 쟁기 날을 피했구나.
돌아오는 소 발굽은 또 어이할꼬.

뛰는 네 심정이나

타는 내 가슴이나
잠시 세운 쟁기에
소의 뜨거운 콧김이
아지랑이처럼 몽글거린다.
       -용담 김도준 시 [밭갈이] 전문-

[생각 하나]
시골에서 밭갈이 하는 풍경을 여실히 보인다. 눈에 잡히듯 노동의 현장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시다.

참으로 위태위태하고 절박한 순간이다. 한해 묵힌 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그 밭에는 사람이 먹어야 하는 식량은 챙기지 못했지만 대신 우리들이 간과해버린 숱한 생명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에서 밭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개간한 땅이다. 하지만 자연성으로 볼 때 한해 묵힌 그 밭은 엄청난 생명을 품고 잉태하고 있다. 단지 인간의 입장에서는 곡식을 재배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할 뿐이다.

자연은 그대로의 숱한 생명을 담고 있는 생명외경의 차원인데 인간이 그 대각구도에서 그곳을 갈아엎고 인위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 밭을 갈고 곡식을 심는 것은 노동의 가치를 잡아내고 있다. 그 인위적인 작물재배를 위해서 각종 생명에겐 얼마나 큰 폭력성과 침해가 되는지를 시인의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생명의 소생에 가해지는 노동과 폭력성의 대척점에서 '뛰는 네 가슴'이나 '타는 내 가슴'이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뛰는 네 가슴'의 대상이 밭일 때와 아니면 소일 때는 엄청난 주제의 변용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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