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역의 탈선

원치 않는 이별을 했다
이상한 이별이다
공중에 줄을 선 갈매기 끼륵 끼르륵 활강을 하다말고
기수를 돌린다
하루의 끼니를 찾을 수 없는 슬픔이
수로를 따라 바닷가에 이른다
그가 찾던 장어, 재첩, 가물치 따위는 이제 없다
하굿둑에 엎드려 보니
고향이 다른 이상하게 생긴 고기 한마리
먼 고향의 전설처럼
도깨비를 만난 듯 놀라고 있다

사람의 욕심은

휘돌아 흐르는 아름다운 곡선의 편안함 마저
하구 둑을 만들어 밀물과 썰물이 만남까지도
기가 막히게 막았다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인연마저
매몰차게 끊어 버렸다

사람과 자연
자연과 사람
미래의 비밀로 남겨줘야 하는 뿌리
추억 하나쯤 어렵지 않게 끄집어낼 수 있는
기수역(汽水域)은 오늘도 탈선이다
   -김경수 시인의 시 [기수역의 탈선] 전문-

[생각 하나]
기수역(汽水域)은 민물과 바닷물이 자유롭게 섞이는 곳이다. 담수(淡水)와 해수(海水)가 혼합되어 형성되는 지역인데 일반적으로 염분의 농도가 0.5% 이하의 물은 담수, 30% 이상은 해수, 그 중간을 기수(汽水)라고 한다. 기수역엔 이러한 광범위한 염분농도에 적응 할 수 있는 생명들이 분포한다. 한 때 알던 여자가 한 말이다. 바닷가에 살던 여자였는데 이런 기수역에 사는 고기 맛이 더 맛있다고 해서 이곳 수문 근처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는다고 했다. 이 경계에 사는 물고기 들의 살점이 팍팍하고 쫀득한 맛이 한데 어우러진다고 말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통합의 지역이 아니라 별리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은 이별 투성이다. 같은 지역에, 같은 마음으로 사는 이들도 결국은 이별한다. 생과 사도 나뉜다. 세상을 관통하는 이별의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뚜렷한 구분을 한다. 공간을 나눈다. 나뉜 자들에겐 의미를 달리한다.

자기 영역에 들어오지 않은 자는 욕하고, 폄하하고, 가치를 두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관통하는 것은 각자 삶의 형태나 패턴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것들의 아픔이고 그 아픔들을 감지하고 공감한다는 부분이다. 그것들이 삶의 방식이나 형태, 환경 등이 다른 물고기들이 함께 섞이고 사는 해수와 담수가 섞인 기수역이 우리 사회로 확대되면서 생명 공간이 된다.

하지만 두 세계의 합일보다는 별리 쪽이 강한 ‘기수역의 탈선’임을 알려주고 있다. ‘하굿둑에 엎드려 보니/고향이 다른 이상하게 생긴 고기 한 마리/먼 고향의 전설처럼/도깨비를 만난 듯 놀라고 있다’ 탈선이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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