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관식 기자] “화폭 속에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꿈꾸듯이 그려나갑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아름다운 형상을 그려내며, 나 역시 삶 속에 그들과 같이 존재하고 기뻐합니다. 형상들의 흥겨운 조화 속에서 어느새 삶의 모든 것이 축제임을 느낍니다. 순수함과 열정도 즐거운 행복과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이러한 삶의 즐거움과 감동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상은 서양화가 이담 작가의 노트에서 밝힌 말이다.

누구나 이담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면 금세 빠져들 수밖에 없다.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아이들이 현란하게 춤추며 자전거를 타고, 혹은 도시와 농촌의 산야를 부유하듯 날아다닌다. 자기 몸보다 큰 트롬본을 부는가 하면 큰북과 작은북을 치는 아이도 있다.

그림 속에는 한결같이 구불구불한 벌레를 닮은 피아노 건반이 등장한다. 또 하트와 꽃잎이 자리 잡고, 잠자리와 새들이 미소 지으며 노래한다. 어떤 그림은 아이들이 온갖 동식물과 함께 어울려 축제를 벌이는 율동이 마치 숨겨진 그림 찾기 하듯이 오묘하고 신비롭다.

그처럼 복잡 미묘한 그림으로 관람객에게 짐짓 생각을 강요하는가 싶으면 여백의 미를 준 작품은 편안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

이담 작가의 그림은 어딘가 서로 어긋나고 겹치며 충돌하는데도 얼굴과 몸짓의 리듬은 색채와 조화를 이뤄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그래서 미술 전문가나 애호가만이 아닌 일반 관객도 그의 그림을 보면 활기찬 에너지가 샘솟고 긍정적인 메시지가 전해져 몸을 들썩이게 된다.

인생은 축제…아이들의 천진한 동심 찬미
이담 작가는 지난 11월 20~24일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2019 KAPA(대한민국 미술축전 국제아트페어)」에 ‘우리들의 축제’란 작품을 전시했다.

한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담 작가는 작품의 영감을 천진난만한 동심에서 얻어 자유로이 뛰노는 영혼이 맑은 아이들의 일상을 미학 언어로 되살린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줄곧 상투적인 풍경·구상화에 이끌리다가 2008년부터 ‘동심의 작가’로 작품세계를 달리했다.

처음에는 유화를 그리다가 지금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다. 아크릴은 색이 밝고 색채가 다양해 미술가들이 현대적인 원색 그림을 그릴 때 많이 사용한다.

이담 작가는 대개 ‘축제’를 주제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어린이, 북을 치는 소년, 자전거를 타는 꼬마, 해맑은 미소를 짓는 소녀, 잠자리를 잡는 악동, 나팔을 부는 아이, 꽃밭에서 뛰노는 아동 등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탐미하는 ‘우리들의 축제’ 시리즈를 전시한다.

이담 작가는 2019년 대구시 대구은행 갤러리 ‘사랑하기 전’(1.2~31), 한국경제신문 한경갤러리 ‘설맞이 서양화가 이담 초대전’(1.28~2.14), 부산 벡스코 ‘2019 BAMA 단체전’(4.25~29), KBS 갤러리 ‘이담 개인전‘(10.16~21) 등 전시회에 참석했다.

좋은 그림이란 어떤 그림일까? 사람마다 다 자기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림을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 위안을 얻거나 더 나아가 ‘오늘은 잘 될 거야’ 자기 암시까지 얻는 그림이 좋은 작품일 것이다.

이런 느낌에 대해 이담 작가는 “나는 행복해지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지길 바란다. 상하좌우 없이 자유롭게 춤을 추듯이 축제를 벌이는 것이므로 일정한 형상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선율이 느껴지는 느낌이 나게 그린다. 되도록 아이 관점에서 아이가 된 마음으로 동심 세계로 돌아가 작업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담 작가는 “웃음이 나오면서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린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듯이 피아노를 보면서 리듬감을 느끼면 기분이 좋아지라고 꽃과 하트 모양으로 장식한다. 작품마다 긍정적인 메시지가 들어 있다. 화려한 색채와 음률을 보는 이들이 축제에 와 있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담 작가는 색감을 밝은 색깔로 한다. 처음에 젯소(Gesso) 칠을 7~8번 한 다음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칠한다. 마무리로 입체감을 높여주고 광택을 주기 위해 크리스탈 바니시로 마감한다.

뱃속에서 감상한 아이, 세상에 나와 다시 찾아
이런 동심의 세계를 통한 긍정적인 마음을 전하는 그는 이런 면에서 상생과 공생, 그리고 더 나아가 소통을 전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작가이다. 여느 화가들처럼 화폭에 무슨 철학이 담겨 있다는 둥 고집과 아집의 예술이 아닌 현실적이기에 관람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로 이런 철학을 가진 화가는 보기 드물다.

이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은 부지기수로 많다. 그중에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주인공의 얘기는 감동적이다.

이담 작가는 “부산의 한 젊은 엄마가 어린아이와 함께 갤러리를 찾아왔는데, 가만 들어 보니까 몇 년 전 이 아이를 잉태하고 관람했다는 얘기였다. 함께 온 여동생과 그런 얘기를 해서 알았다. 그 아이는 마치 뱃속에서 이미 본 것처럼 그윽한 눈빛으로 작품 감상하는 모습을 보고, 태교의 영향이라는 이모의 농담에 한참 동안 웃은 적이 있다”고 크게 웃었다.

더불어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해지려는 데 있기에 모두 벗어 버리고 다 함께 축제를 즐기자는 뜻이다.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삶은 생각한 대로 채색된다. 행복해지려고 생각하면 행복해진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우주의 모든 것과 내가 하나 되어 만든 형상들은 기존에 있는 것 없는 것이 어우러져 흥겹게 춤을 춘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축제 같은 삶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탓인지 이와 같은 행복 전도사의 작가 마음을 알아챈 관람객 중에는 상당수가 작품을 구매해 회사 사무실이나 안방에 모셔두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전갈이다.

이는 작품 속에 좋은 기운이 담겨 있고 꿈틀거린다는 방증이다. 사업이든 뭐든 무슨 일이나 긍정적인 생각은 인생의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담 작가는 상투적인 화가들처럼 프로필을 중시하지 않는다. 어느 대학을 나와 무슨 계열의 부류 작가들과 어울리는 것을 배격한다. 진정한 작가는 열심히 자신의 작품에 매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이담 작가는 “내 얘기 같아서, 작업이 좋아서 하는 건데 프로필이 뭐가 중요한가? 누군가 ‘내 그림은 살 사람도 없지만 팔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그런 일로 안색을 바꾸는 일도 싫고 돈 받으려고 머리를 조아리는 일은 죽기보다 더 싫다. 차라리 한 끼를 굶는 것이 뱃속이 편하다’고 한 말이 공감이 간다.”며 “미술계는 어려운 작가들이 많다. 저 역시 자존심은 무너질지 몰라도 자존감은 지키려는 마음을 늘 간직하며 작품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담 작가는 갤러리 현장에서 만나는 관람객들이 작품의 의미를 질문하면 굳이 상세하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비록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그렸다 해도 관람객에게 더 훨씬 고차원의 생각을 불러올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다. 그것이 바로 창작의 특무이며 희열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기자가 “이담 작가의 작품은 우리나라보다 유럽의 어린이들이 보면 더 열광할 것이다”고 귀띔하자 “그럴까요? 기회 되면 유럽 등지에서 전시할 날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어린이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한참 늙은 어린이인 기자 역시 무척이나 작품 탐미의 세계로 빠져들었음을 알았다.

박관식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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