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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스타톡톡] 연극무대에 멘탈 케어 시스템 도입한 심리상담사 신동희

연극 연습이 또 한 편의 다른 연극 연습...‘작품 퀄리티와 배우 참여 높아져’ 윤상길 칼럼니스트l승인2019.12.21l수정2019.12.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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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배우로 산다는 일, 그것도 무명의 연극배우로 산다는 일은 쉽지 않다. 영화나 TV드라마 같은 인접 분야 활동을 통해 신스틸러(Scene Stealer, 훌륭한 연기력이나 독특한 개성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보다도 많은 주목을 받는 명품 조연)로 주목받으며 유명세를 타는 연극배우도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연극배우도 직업인 이상, 연극 참여는 그들의 유일한 경제활동이어야 한다. 하지만 연극 활동만으로는 최소한의 삶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2019년 1인 가구 1,024,205)조차 전업 연극배우 활동으로 마련하기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기’이거나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최저생계비는 말 그대로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의 금액이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연극배우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통해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는 투잡 인생을 산다. 대리운전을 하거나 식음료 가게에서 단순 업무의 아르바이트에 종사한다. 일부 고참 배우들은 연기학원에서 강사로 후배들을 교육한다.

하루에도 수십편의 연극이 공연되고 있지만 연극배우 대부분은 가난하고 무명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해결 못하는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야 하는 연극배우들은 그래서 서럽다. 직업을 바꾸지 않는 한 그들은 알바인생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다.

어느 직업보다 정신적 압박을 심하게 받는 대부분의 배우들은 우울증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이 증세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면 극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같은 경우를 우리는 쉽게 목격한다. 이 문제는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다. 그들의 공동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최근 많은 연예기획사가 정기적으로 소속 배우들을 상대로 심리치료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연극계는 인접 분야(영화, TV드라마)에 비해 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극단 자체가 경영난에 허덕인다. 소속 배우의 개인 형편까지 살필 여력이 없다. 전문 치료사에 의한 상담과 치료는 엄두를 낼 형편이 아니다.

심리상담사 신동희 선생. 그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공연제작사 플레이규(대표 안태규)가 멘탈 케어 시스템(mental care system)을 도입했다는 소식에 흔쾌히 ‘재능기부’를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공연에 앞서 출연자와 스태프의 심리 상담과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 10월 플레이규의 연극 ‘돌아가는 길’ 제작 때부터 신동희 선생은 극단원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1급 심리상담사인 신동희 선생은 보육기관에서의 주간 근무를 마치면 곧장 연극 현장으로 달려와 연극인들과 어울린다. 매일 저녁 연극연습에 참여, 배우들과 대화하며 심리 상담에 나선다. 연극인들은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신동희 선생은 처방(?)을 내놓는다. 배우는 환자 역할을, 심리상담사는 의사 역할을 맡는, 마치 심리극을 보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다. 연극 연습이 또 한 편의 다른 연극 연습이 되는 모양새다.

심리상담 시간을 가지면 대부분의 배우는 참여 이전보다 심리 상태가 안정된다. 플레이규 관계자는 “신동희 선생의 멘탈 케어 시스템이 작동된 이후 확실히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되찾고 자존감도 높아졌다”라며 “작품의 퀄리티, 배우들의 참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동희 선생은 연극인들의 심리 상담에서 ‘집단치료’(group therapy) 방법을 차용한다. 그는 “연극을 하시는 분들이어서 감정이입이 빠른 편”이라며, “자신보다는 옆 사람의 어려움을 함께 듣고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해 낸다.”라고 설명한다. 일대일 상담보다는 집단상담이 효과적이란 것이다.

그는 또 “사회적으로 억압된 여러 가지 상황에서 자신의 어려움 또는 극중 인물의 어려움을 연기라는 그들만의 특별한 재능을 통해 서로를 치유해주기도 한다.”라고 덧붙인다. 그의 이 같은 심리 치료 방식은 특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배우들에게 “이 고민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근심의 공유’에서 벗어나도록 내적 감정을 표출할 기회를 준다.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연습을 하며,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의 심리 상담은 공연 중에도 계속되며, 특히 공연 이후 상황에서 아주 효과적이다. 공연이 끝난 후 빈 무대를 보는 배우들의 허탈감, 공허감, 무엇보다 또 이어질 삶의 불안감에서 배우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

연극계는 심리 전문가들에 의한 멘탈 케어 시스템 작동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신동희 선생의 심리 상담 재능기부가 화제가 되면서 “이 좋은 시스템이 하루빨리 국내 연극계에 정착했으면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신동희 선생은 “연극이 관객에게 행복을 주는 행위라면 배우들 먼저 행복해야 한다.”라며 “모두가 행복한 삶을 만드는데 힘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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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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