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코끝에 스치는 이 계절의 내음. ‘가을’은 참 오묘한 계절이다. 봄이나 여름, 그리고 겨울과는 달리 가을은 쓸쓸하면서도, 설렘도 주는 신비로운 시간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기도’ 하고, ‘놀이’도 간다. 가을과 책, 가을과 산책, 가을과 영화, 누구나 한번쯤 이 계절의 매력에 몸을 맡기고 싶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준비한 ‘가을날의 재회-아녜스 바르다 & 자크 드미’ 특별전은 이 가을의 매력에 빠지고 싶은 영화팬에게는 안성맞춤 프로그램이다. 바르다와 드미의 가을 영화 특별전은 25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계속된다. 이 기간 동안 모두 14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아녜스 바르다(1928~2019)와 자크 드미(1931~1990)는 누벨바그(195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62년 절정에 이른 프랑스의 영화 운동)의 시작을 알린 중요한 작가이다. 그들은 좋은 동료이자 부부로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바르다와 드미의 관계는 1959년 프랑스 파리의 다게레 거리에서 영화 작업을 함께하며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후 한 번도 영화 작업을 함께하거나 서로의 작품에 간섭하지 않았다. 바르다와 드미는 서로의 촬영장을 방문하면서도 상대의 작업을 존중했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했다.

자크 드미는 열렬한 시네필(영화광)로 영화 경력을 시작해 평생 대중적 뮤지컬 영화(대표작으로 ‘쉘부르의 우산’이 있다)를 향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사진 작가였던 아녜스 바르다는 이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전시를 오가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자크 드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바르다는 드미의 유년기를 그린 ‘낭트의 자코’(1991)를 만들었고, 이후 ‘로슈포르 25년 후’(1993), ‘자크 드미의 세계’(1995) 등 자크 드미의 영화를 기억하는 일련의 작품을 발표했다. 또한 영화제작사 ‘시네 타마리스’를 통해 ‘쉘부르의 우산’, ‘로슈포르의 숙녀들’, ‘당나귀 공주’ 등 드미의 주요작들을 복원하기도 했다.

이들 작품 가운데 특별히 주목되는 영화는 복원된 필름으로 상영되는 ‘쉘부르의 우산’(1964년 제작)이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극장에서 재개봉되어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뮤지컬 영화의 교과서로 불리는 작품으로, 당대의 톱스타 까뜨린느 드뇌브와 니노 카스텔누오보가 출연한다. ‘가을비 우산속’을 떠올리는 팬에게는 ‘가을과 영화’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특별전 상영 중 팬을 위한 대담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뮤지컬의 삶: 자크 드미의 우주’란 대담은 10월 5일 저녁 6시 30분 ‘로슈포르의 숙녀들’ 상영 후 현장에서 진행된다. 이용철 영화평론가와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가 대담자로 나선다.

이번 특별전에 대해 서울아트시네마 관계자는 “누벨바그의 여러 색깔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자, 평생의 동반자이면서 서로 다른 예술의 길을 걸었던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28일~29일은 “서울×취리히: 스위스 영화, 서울을 만나다”영화제와 10월 매주 화요일은 "한국영화 신작전-연약한 형상들"을 진행한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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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은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