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어린 소의 코를 뚫고 코뚜레를 끼고 한 가닥 줄을 맨다.

그 줄은 좌우 두 가닥으로 묶는 게 아니라 오른쪽으로 뽑은 한 가닥뿐이다.

소는 이깔이를 맨 날부터 바깥에 나가 일을 하거나 시장에서 팔려가기도 한다.

이깔이를 흔들며
‘이랴!’
힘주어 소리치며 소를 몬다.

소를 방향대로 이끌기 위해선 소와의 오랜 교감이 필요하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줄을 바투 당기며

‘워디! 워디! ’
하면 오른쪽으로 소는 방향을 튼다.

'워디'라는 말은 오른쪽이란 특정방향성도 함축되지만 소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 시정하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왼쪽으로 가야하는 데도 오른쪽으로 잘못 가면 소리 질러 '위디! 워디!' 하고 볼멘소리로 방향을 시정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선 이깔이에 한바탕 울림을 주면 이깔이가 출렁거리며 앞다리 부근을 치고

‘자랴! 자랴!’
소리 지르면 소는 왼쪽으로 몸을 꺾는다.

물론 줄을 당기면 민감한 코가 아프기도 하겠지만 소리가 없으면 방향을 틀지 않는 수가 있다. 그리고 가는 소를 멈추기 위해서는 ‘워! 워!’

하고 짧게 두 번 쯤 힘주어 소리를 지르면서 이깔이를 냅다 당기면 가던 소가 멈춘다.

세월이 흐르면 소는 오른쪽, 왼쪽 알아서 길을 잘 찾아간다. 그럴 때쯤이면 아예 이깔이를 놓아두고 뒤에서 따라가도 길을 제대로 잘 간다.

혹 소가 엉뚱한 길로 가더라도 뒤에서 말만해도 제대로 찾아간다. 간혹 동물의 강한 본능이 앞설 수 있기 때문에 소 등짐을 싣거나 달구지를 끌 때 고개를 숙여 길가 풀이나 곡식을 뜯어 먹을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짐의 균형을 잃을 때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아예 주둥이에 입마개(머구리)를 씌우고 소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

이런 관계는 세속의 모든 위계를 떨쳐버린 내 정인과의 오랜 동반쯤이나 될까? 또 세상은 저절로 흘러가는데 고삐가 무엇에 필요하랴.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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