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어느 날 용복이란 아이가 동네 작은 산에 가서 혼자 놀았다. 봄빛이 한층 무르익어 산마다 꽃이 무성히 피고 온갖 새들이 울어댔다. 봄이 온 산에 가득하여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봄기운이 충만해 용복이는 노래를 불렀다. 그랬더니 건너편에서도 똑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누가 내 흉내를 내는가 싶어 ‘누구냐?’라고 물어봤더니 저쪽에서도 ‘누구냐?’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용복이는 화가 나서 욕을 했더니 그 욕소리도 똑같이 들려왔다. 용복이는 누군가 자기를 멸시하는 줄 알고 단단히 화가 났다. 자기에게 욕하는 사람을 찾아다녔으나 결국 그를 찾지 못했다.

용복이가 즉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여쭤보았다. 산속에서 남들이 하는 말을 흉내 내는 어떤 사람이 나에게 욕을 했다고 일렀다. 엄마가 그 말을 듣고 그것은 산울림(메아리)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부르짖는 소리가 산에 마주치면 제가 하던 소리와 같은 소리가 나는 대로 너에게 욕하는 말이 들린 것은 본래 네가 욕한 이유다. 만약 네가 좋은 말을 했으면 어찌 좋은 말로 돌아오지 않으리. ‘자 용복아 이것뿐이 아니다. 사람이 남을 상대하는 일도 이 산응성(山應聲)과 같아. 네가 남에게 좋은 일을 하면 남도 역시 좋은 일로 갚느니라’하고 일러주었다.

*<신정 심상소학(新訂 尋常小學)>은 1896년 조선의 학부가 새로 만든 국어교과서이다. 3권 3책으로 구성됐고 국한문혼용으로 기술됐다. <신정 심상소학>은 생활, 가정, 사회 등 일상의 제재가 평이한 수준으로 엮인 것이 특징이다.

표면적으로는 각각의 권마다 난이도를 고려하고 일상적 제재를 배치함으로써 학습자의 눈높이를 적극적으로 감안한 근대적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1890년대 우리 글자를 참조할 수 있는 자료다. 당시 ‘산응성’은 지금 ‘메아리’, ‘산울림’으로 대체되고 있다. 모두 살려 써야할 우리말이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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