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에 여의도 공원에서 희망을 찾아나서는 솔로들의 아우라가 싸늘한 오후의 햇살만큼이나 슬퍼 보였다.

▲사진=여의도 공원으로 가기 전에 ‘지령’을 나눠주는 노란색옷의 스태프.

[여의도/골프타임즈=박경수 인턴기자] 솔로 대첩의 주최자인 유태형(24) 씨는 11월 3일, 처음 페이스 북에 ‘솔로 형·누나·동생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번 할까’라는 글을 올리고 수많은 네티즌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원래 서울에서만 진행 예정이었으나 연예인들 참여소식에 참가를 원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지자 전국적인 행사로 진행됐다.

여의도 공원 입구부터 스태프들은 참가자의 안내와 진행을 도왔다. 스태프를 지원한 동기는 “신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라 생각해서…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밝혔다.

▲사진=3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하는 사람들.

서울시에서 진행한 솔로 대첩에 여자는 붉은색 남자는 하얀색 옷을 입고 3시에 여의도 공원에서 모이기로 했다. 여의도 공원 앞에서는 손난로와 강제커플을 위한 수갑을 팔기도 했다.

박지선(29·개그우먼), 이예빈(29·레이싱모델) 등 여자 연예인들과 레이싱모델들이 참여의사를 밝혀 행사 참가자뿐만 아니라 많은 구경꾼들이 여의도 공원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당일 안전상의 문제로 다수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많은 인원으로 통제가 힘들어지자 유민상(34·개그맨)이 진행을 도와주기 위해 나타났다.

하지만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문제가 생겼다. 예상외의 많은 사람이 모여 통제가 어려웠고 여의도 공원 측의 행사 반대 때문에 앰프와 확성기 사용이 금지됐다. 100여 명의 자경단이 애를 썼지만 통제에 실패했다.

개그맨 유민상이 진행을 도왔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주변에 있는 몇 명만 그의 말을 따랐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사가 어떻게 진행된 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사진=행사가 시작될 때쯤 수천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지만 남녀비율은 7:3이었고 그중에서도 여성의 절반 이상이 남자친구와 같이 구경 온 터라 공식적인 행사에서 몇 커플만 생기고 시작 10분도 안 돼서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감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행사를 안전하게 끝내기 위해 추운 날 고생하는 경찰들.

누리꾼들 사이에서 “경찰들이 제일 많다”, “추운 날 솔로들 때문에 경찰은 무슨 고생이냐”, “여자보다 비둘기가 많네”, “여자구경도 못하고~^^”, “남자들끼리 연애하겠다”라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발을 돌리고 불평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자경단들이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지령을 나눠줬다. 그 지령 안에는 “산책 나오셨어요?”, “같이 하실래요?”라는 암호문이 적혀있었다.

암호문을 사용해서 많은 남성이 남아있던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날 여의도공원 주변 카페에는 서로의 이름과 취미를 묻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결국 쉽게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은 행사가 실패했다고 말했고 끝까지 남아서 기회를 얻은 사람은 진행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재밌는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경수 인턴기자｜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