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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29회] 아이의 지혜

정옥임 시인l승인2019.08.14l수정2019.08.14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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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지혜

내 어린 아우 정대는 아홉 살이고 타고난 성품이 매우 둔하다.
어느 날 정대가 갑자기 말하였다.
“귓속에서 쟁쟁 우는 소리가 나요.” 내가 물었다.
“그 소리가 어떤 물건과 비슷하니?”
“그 소리가 동글동글 별 같아요. 보일 것도 같고 주울 것도 같아요.”
형상을 가지고 소리에 비유했다. 이는 어린아이가 무의식중에 표현한 천성의 지혜와 식견이다. 또한 내가 아는 어린아이는 별을 보고 달 가루라고 했다.
이와 같은 예쁜 말은 참신하다. 때 묻은 세속의 기운을 훌쩍 벗어났다. 속되고 썩은 무리가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저자 이덕무 문장의 온도 중 [아이의 지혜] 전문-

이덕무는 좋은 글은 동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동심은 거짓으로 꾸미거나 애써 다듬지 않기 때문이다. -한정주 옮긴이

도봉도서관 독서클럽에서 [문장의 온도] 도서를 선정하여 단체로 구입, 모임 때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는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이 책을 처음 받아들고 기대를 안고 몇 군데 콘텐츠를 열어 숙지하여 미리 의미를 알아가려는 욕심으로 읽으려는데 생각과는 달리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회원이 모여 소리 내어 읽고 씹듯이 토론하는 가운데 선명한 그림이 나타나고 마치 무대에서처럼 환한 불이 켜졌다. 그리고 서로 체험한 이야기들로 꽃을 피우자 혼자 읽을 때와는 다른 감흥이 일어 이야기가 넓게 펼쳐졌다. 모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석 같은 얘기들이었다.

“아파트 뒤쪽 하늘이 이상해! 왜 서쪽하늘은 빨개?” 이 선생님 아이

“바람이 참 맛있다.” 한 선생님 아이

“하늘에 보석이 뿌려 있어!” 김 선생님 아이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색깔 골라 이유 설명하기에서 “너는 왜 하얀 색을 골랐니?” 유치원 선생님이 묻자 쭈뼛거리며 대답. “내 마음이 깨끗해서요.” 박 선생님 아이. 모두 놓치기 아까운 어린이의 참신하고 천진한 어록들이다.

나도 쌍둥이 손자를 6년 째 돌보며 아이들이 내뱉는 말로 웃음이 터질 때가 많다. 비록 통제 불능의 남자들에게 때로는 잡도리를 당하고 휘둘리지만 생각지도 못한 말과 행동은 저절로 사랑을 싹트게 한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 오면 따스한 물에 얼굴과 손발을 씻기고 두 발을 들어 두 손으로 감싸 마루로 팽이처럼 빙글 돌리면 “오! 제법인데!” 하고 제 아빠 말투 흉내를 내는가하면, 어느 날 내 잔 소리가 심하다 싶을 때 “네, 어머님! 어머님!” 말을 자르며 제 엄마 흉내를 내며 낄낄댄다. 어떠한 위트와 유머가 이보다 더 고급일 수 있을까.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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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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