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구한말 의병운동에서 시작된 독립운동은 수많은 희생을 치루면서도 치열한 항전으로 이어져, 1945년 8월 15일 드디어 광복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운동사에서 가부장적 사회 배경 속 불굴의 의지로 항일운동에 뛰어든 많은 여성들의 기록은 오래도록 잊혀져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74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8.15 광복 기념, 저항과 연대’ 특별 영화 상영회를 갖는다. 8월 15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KOPA2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극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 2019)와 캐나다 다큐멘터리 ‘어폴로지’(감독 티파니 송, 2016)가 상영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15만명이 관람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세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이수연 등이 출연했다.

한국영상자료원 관계자는 “3.1 만세운동 이후 투옥된 유관순 열사와 ‘여옥사 8호실’ 여성들의 저항정신을 기억하고, 남녀를 떠나 모두가 하나 된 선열들의 민족정신과 독립운동 활동을 기리고자 한다.”라고 특별전에 이 영화를 초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역사가 ‘위안부’라 낙인찍는다 해도, 우리에겐 그냥 ‘할머니’다.”란 멘트로 시작되는 ‘어폴로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납치되고 강제로 끌려간 약 20만 명이 넘는 ‘위안부’ 중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인생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이다.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여전히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길할머니는 지난 7월 12~14일에도 92살의 노구를 이끌고 일본을 방문, 평화콘서트에 참석한 바 있다, 다큐멘터리가 소개하는 차오 할머니와 아델라 할머니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용기가 필요한 상태. 이제 인생의 마지막 고개를 넘으며 쇠약해지는 건강으로 하루하루가 힘겹지만 할머니들의 신념과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캐나다 감독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에 대해 티파니 송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 아시아 학술 여행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정부가 이 잔혹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전쟁은 끝난 지 오래지만, 이런 상황이 할머니들을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위안부 문제는 아시아의 과거 역사 속 비극이 아니다. 범지구적인, 현재 진행형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어폴로지’는 2016년 인도국제영화제에서 ‘ICFT 유네스코 특별언급상’을 수상했고, 그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특별 초청작으로 상영되었다. 특별전 관계자는 “‘어폴로지’ 상영을 통해,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각지에 숨겨진 피해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두 편의 작품을 통해 묻힌 독립운동 역사를 발굴하고, 시공간을 넘어선 연대의 희망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부대행사로 ‘항거: 유관순 이야기’ 상영 연계 감독 및 배우 초청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8월 15일 영화 상영 후 이어질 부대행사에는 이 영화의 조민호 감독과 정하담 배우가 초청돼 관객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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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은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