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나를 알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타인의 시선에 내가 어떻게 비쳐질까 생각해보곤 한다. 그렇다면 개체가 아닌 종(種)이라는 무리 단위에서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좀 엉뚱하긴 하지만 개나 원숭이 같은 다른 동물이 사람들을 보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름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들이 보기에 사람이란 동물은 정말 재미있는 동물로 보일 것 같다. 다른 종들은 주어진 대로 먹이를 취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거의 주어진 대로 살며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주변 환경에 변화를 가하여 개선을 한다고 해 봐야 마른 풀잎 따위를 물어다가 제 몸이 들어가고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정도 크기의 둥지를 짓거나 천적으로부터 제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의 굴을 파고 사는 게 전부이다.

일본 원숭이 하나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자 다른 원숭이들이 따라하고 그러면서 고구마를 씻어 먹는 행위가 그 원숭이들 사회에 자리를 잡자 획기적인 변화요 대단한 발전(?)이라 했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고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 종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보게 되면 모든 게 마술이라도 부리는 듯한, 참으로 오묘하고 불가해(不可解)한 종일 것이다. 먹이도 취한 그대로 먹는 게 아니라 씻고, 다듬고, 불을 피워 끓이고, 굽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갖가지 양념을 첨가하고서도 또다시 소스 따위를 뿌리거나 찍은 다음에야 비로소 먹는다.

서식처도 둥지를 짓거나 굴을 파는 게 아니라 온갖 것들을 동원해 제 키의 열 배, 오십 배, 백 배가 넘는 건물을 쌓아 올리고는 갖은 치장에 온갖 것들을 갖추어 넣은 다음에 살아간다.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오는 털들이 아니라 천을 짜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은 물론이고, 땅을 뒤집어엎어 길을 내고서 세상에서 제일 빠른 치타보다도 더 빠른 자동차를 만들어 달리게 하고, 콘도르보다도 수천 배나 큰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뿐인가? 불을 뿜어대는 무기를 만들어 서로를 대량으로 죽이며 그것을 가지고 옳으니 그르니 으르렁거리는가 하면 어느 때는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모습을 하루 이틀 만에 홀라당 바꾸어버리는 둔갑술까지 부린다.

한참 만에 만난 아무개.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뭐지?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확 예뻐졌는데…? 무엇이고 어디라고 꼭 짚어낼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이전의 모습은 아니어서 고개를 갸웃갸웃하자 그네는 이실직고를 한다. “코에 보형물을 삽입했잖아요.” 해서 보니 정말 죽었던 콧날이 오똑하게 서고 그로 인해 전체적인 인물이 확 달라져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말한다. “다음엔 양악수술을 할까 봐요. 미리 얘기하니까 그때 몰라보지는 마세요.”

한참을 웃고 나니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횡행한다. 지구상의 생물들 중 사람이란 종은 참 유별난 것만은 분명하다. 나도 그들 중 하나이고.

그림=김태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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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