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그러고 보니 발표된 지도 벌써 꽤나 오래된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가 있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지금도 읽히고 있는 시이다. 그런데 시인은 왜 하필 서른이라는 한정된 나이를 제시하며 잔치가 끝났다고 한 것일까?

시나 문학작품, 더 나아가서 어떤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그 의미도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작품이 발표되던 시기의 시대적 배경 역시 간과될 수 없을지라도 시인은 아마도 보다는 저 20대의 자유분방하고 화려했던 날들을 마감하고 30을 넘기면서부터는 엄혹(嚴酷)한 현실에 알몸으로 내던져진다는 사실에서 그렇게 말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가’버리고,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나’고 난 뒷자리는 어수선하고도 쓸쓸하기 이를 데 없고, 그것은 또한 자칫 허무로 빠져드는 저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에 등장하는 통속한 잡지의 표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확실히 20대를 마감하고 맞이하게 되는 30대의 현실은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앞으로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으리라는 것, 전개되는 날들이 젊은 시절의 날개를 달았던 꿈과는 확연히 다르리라는 것, 그 현실을 하나하나 다 헤쳐나가기도 전에 지쳐서 고꾸라질지도 모른다는 것 등을 30대로 들어서서 몇 걸음 떼지 않아서부터 알게 된다. 그러니 서른에 이르러 잔치는 끝난 것이 된다. 더 이상의 잔치는 생각지도 못할 것이고 다시는 오지 않을 그 무엇으로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이다. 저 20대의 마지막을 지나 서른에 이르러 잔치가 끝났음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자유분방했던 꿈의 날들을 접고 현실로 뛰어들어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뛰어들어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등짝을 밟고 올라서야 된다는 사실도 당연한 무엇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때로는 끊임없이 굴러 내리는 돌을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그 무모하고도 가혹한 형벌과도 같은 일들을 감내하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고 마는 것인가. 만약 그렇게 끝나고 만다면 우리의 삶이 너무 비극적이지 않은가. 그래서는 안 될뿐더러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현실에 부딪쳐가며 치열하게 삶을 살아낸 다음엔 거기에 대한 보상이 응당 주어져야 하고, 그것은 평화일 것이다.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낸 다음 한 걸을 물러서서 보다 넉넉한 시선으로 지나온 시간들을 바라보는.

그러므로 이쯤에 이르러서는 다시 잔치를 벌여도 좋을 것이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가’버리는 그런 잔치가 아니라 ‘마지막 셈’은 이승을 떠나는 그 순간의 카운터에 맡기고서 질펀해도 좋을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서 시간제한이 없는 그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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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