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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통신] ‘유태인’을 만나 ‘키빠’를 쓰고 ‘탈무드(talmud)’를 논하다

파리에서 지코헌 집 방문, 한 끼의 식사 중에 유대민족 간파하다 이상일 기자l승인2019.05.18l수정2019.05.1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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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이상일 파리 특파원] 파리에 도착한지 보름 정도가 지났을 때쯤 필자의 딸애가 잘 안다는 유대인으로부터 저녁 만찬에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며칠 동안 ‘사모니 몽불랑’을 여행하고 온 날이라 거절을 할까도 생각해보았는데 유대인이라기에 호기심이 동해 응하기로 했다.

‘세느강’ 가에 있는 제법 부자 동네라는 말을 듣고 ‘우버’(민간자가승용 영업차량)를 이용해 저녁 8시경 필자의 가족은 출발했다. 필자가 거주하는 (6구)에서 20분정도 걸렸다. 유명 영화배우 ‘소피 마루소’가 이곳에 산다고 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도 유명한 프랑스 국민배우 ‘카트리느 드뉴브’가 사는 곳인데, 젊은 시절 매료됐던 유명배우들이 가까이 산다는 것만으로도 파리가 낯설지 않아 좋다.

도착해 보니 유대인이 사는 집이 신식 아파트로 지어진 구조였다. 약간은 실망(?)감이 일었다. 필자가 거주하는 곳은 프랑스 고유양식을 그대로 유지한 곳이다. 이제 파리도 나폴레옹의 지시를 거절하고 곳곳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가옥구조도 현대식 아파트로 꾸며지고 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나폴레옹이 칙령으로 내린 파리 전통아파트는 6층 이하 구조로 하고, 색상은 회색 단일색, 내부는 회랑을 겸한 정원이 있고, 벽난로가 설치되며 굴뚝이 있어 6층 옥상에는 어디를 봐도 붉은색을 띤 연통이 십여 개씩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계단은 엘리베이터를 축으로 하는 회전계단이 기본이고 중심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시간과 비슷한 속도를 내며 천천히 상하이동을 한다. 크기는 두 사람, 아니 세 사람만 타도 비좁을 정도의 협소한 공간이라 종종 딸애는 우리 부부를 태워 올려 보내고 계단을 올라도 3층에 먼저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줄 때도 있다.

집안 구조도 재미있다. 굳게 열쇠로 잠근다. 물론 아파트 출입구도 무쇠로 된 철제 대문이다. 비밀번호가 있어 외부인은 들어설 수가 없다.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번의 열쇠나 번호키를 이용해야 된다. 집안으로 들어오면 보일라 라지에트가 벽난로를 보호하듯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거실을 통하여 방을 지나고 다시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형식을 하고 두 방과 욕실을 뒷 통로를 이용해 가족 몰래 나다닐 수도 있는 구조로 보인다.

생각나는 것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점령하에서도 레지스탕스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런 미로 같은 집안 구조가 형성되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러한 구조를 가진 가옥이 파리를 완전 점령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몇 년 전까지는 그랬다. 작년부터인가 많은 곳에 우리나라의 애물단지가 되기도 했던 타워크레인이 여기저기 높게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시내도 자주 보이지만 파리 외곽에는 제법 많이 나타난다. 전통에서 편리함으로 파리시의 주거 정책이 바뀌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의 집은 아파트 1층이었다. 키가 자그마한 주인이 문밖까지 나와 반가이 맞이해 준다.

“샤롬” 필자가 유일하게 아는 이스라엘 말인 ‘평안’이라는 말로 수인사를 하고 안내를 받았다. 집안으로 들어가니까 2층으로 올라가는 연결 계단이 있는 것으로 보아 1. 2층을 같이 쓰거나 한국의 오피스텔처럼 복층구조로 된 거주공간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곳까진 안내를 해주지 않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암튼 1층은 거실 겸 주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운데는 소파가 놓여 있고 전면에는 장식장이 자리하고 좌측에는 주방과 식탁이, 우측에는 책장이 장서를 가득 품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준비를 했는지, 식탁에는 정성을 가득 담은 요리들이 잔뜩 차려져 있다.

첫눈에 들어오는 연어요리는 필자가 평생 보지 못한 것이었다. 크기가 50cm는 훨씬 넘어 보인다. 눈이 휘둥그레진 필자를 의식했던지 언어요리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먼저 연어를 물에 깨끗이 씻고서는 배를 갈라 내장을 다 꺼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소금물로 씻어 낸다. 그렇게 해야 연어내장의 냄새를 깨끗이 없앨 수가 있다고 한다. 비워진 내장에다 여러 가지의 고깃살과 과일, 채소 등 좋아하는 식재료를 버무려 수백 번 칼로 다져서 연어 배 속에 넣고는 바늘로 외과의사가 상처를 봉합하듯 정성을 다했단다. 그래야 연어도 기분이 좋아져서 맛있는 요리가 되어준다며 조커를 날려준다. 다시 좋은 접시를 골라 오븐에 넣고는 기도를 하며 찜을 했다고 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야훼’에게 제물로 바치는 심정 같은 간절한 기도를. 이번뿐만이 아니라 매번 자기들의 가족 파티를 할 때도 이 연어요리를 할 때만큼은 늘 그렇게 기도를 한다고 귀띔했다. 우리에게 너무 부담을 느끼지 말라는 배려도 해주니 예의도 있다.

이런 요리를 누가 했을까 하고 신기해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어째 호스트만 보이고 호스티스는 보이지 않는다. 해서 물어보니 지금 혼자 생활을 하고 있단다. 거실 탁자에는 세쌍둥이 사진이 있었다. 현재 나이 26세로 아들 하나에 딸 둘 모두 결혼을 해 독립해 나갔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부러워해야 할 부분이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덕담을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지코헌(guycohen), 나이는 1961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59세이다. 거실의 장식장 안에 유대인들이 즐겨 쓰는 모자가 보여 한번 써봐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허락했다. 모자 이름은 ‘키빠’라고 했다. 필자는 그것을 머리에 이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는 잠시 기다리라며 주방에 들어가더니 큰 칼을 들고 필자 앞에 들이밀며 위협(?)을 한다. 흠칫하며 웃음을 보였더니 ‘오늘의 주빈으로 먼저 나이프 워킹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연어를 토막 내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엔 당연히 거절했다. 양반 체면에 백정 짓을 해서야. 근데 어쩔 수 없이 제갈량이 마속을 처형하는 심정으로 큰 칼을 휘둘렀다. 분위기는 좋았다. 다들 반주를 즐기며 대화를 하던 중 필자 특유의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어디서 태어났느냐? 아프리카 ‘모르코’. 어디서 공부를 했냐? 파리에서 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3년,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단다. 직장은 파리에서 외국계 종합상사에 다니고 연봉은 1억5천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그 정도면 파리의 중산층은 된단다. 장식장에는 유독 상아로 된 공예품들이 많아 그 출처를 물으니 한때는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생활을 했단다. 귀한 상아가 크기도 다양하게 빛을 내며 자리하고 있어 이채로웠다. 장식장 다른 한켠엔 시가가 가득하여 한 개를 꺼내 비스듬히 손가락에 꼽고는 영화 ‘황야의 무법자’에 나오는 ‘클린트이스트우드’처럼 폼을 잡았더니 멋있다고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필자를 보고 ‘보디가드’인 줄 알았다며 웃는다. 딸애의 보디가드,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몇 년 전 세느강 위에서 보헤미안들을 격퇴하고 집사람의 여권을 수호한 것도 ‘보디가드’의 역할이 맞기에 하는 말이다. 시가는 쿠바 산이란다. ‘체게바라’가 좋아하던 것이었다고 했다. 그도 한때 시가를 좋아해서 시가를 수집하기도 했단다. 필자는 이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귀한 것을 만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쉽게 접 할 수 없는 것이기에, 특히 ‘카스트로’나 ‘체게바라’가 좋아했던 ‘쿠바산’ 시가를 들고 코로 그 향을 직접 맛볼 수 있다니, 다시 식탁에 둘러앉아 질문을 해 본다.

‘탈무드’ 어떤 것인가? 그는 손으로 책장 안의 장서를 가리켰다. ‘탈무드’라고 했다. 책장을 열고 장서를 가져와 필자 앞에서 페이지를 넘기며 설명을 해준다. 히브리어로 된 것이라고 했다. 내용이 뭐냐고 물었더니 예상외로 평범한 설명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수준 정도였다. 유대인의 율법 책이며 몇 가지 종류가 있단다. 역사가 깊다 보니 필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로 가벼운 설명을 해준다. ‘유대교의 기초석은 성경(구약)이며 기둥은 탈무드이다.’ 해서 탈무드에 관해서는 필자가 알고 있는 사전적인 내용의 상식선으로 만족하고 유대인의 특성(?)같은 곳으로 접근을 해 보았다.

유대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니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우유도 고기와는 같이 먹지 않는단다. 우유는 어미를 상징하므로 우유를 먹고 자란 소는 자식으로 보아 엄마와 자식을 같이 먹지를 않는다고 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배속에 새끼가 든 소는 도살하지를 않는다거나, 새끼와 같이 있는 사슴은, 사냥할 때도 활시위를 당기지 않는다는 풍습과 같은 맥락이라 여겨도 좋을 듯하다. 우유만은 별도로 먹을 수 있단다.

탈무드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해본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인 장교가 말 위에서 고기를 꺼내먹으며 고기 한 점을 칼로 빚어 유대인 사병에게 건네준다. 유대인 사병은 그 고기가 돼지고기임을 알고 웃으면서 거절한다.

“장교님이 드세요” 하면서, 장교가 다시 물주머니에서 붉은 포도주를 꺼내 마시며 유대인 사병에게 말을 한다.

“그럼 포도주라도 한 모금 마시게나” 유대인 사병은 그것이 붉은 포도주인 것을 알고는 또 정중하게 거절한다.(유대인은 붉은 포도주도 집안 가족들만의 모임에만 마시고 외부에서는 마시지 않는다.)

“장교님이 드세요”

장교가 묻는다. “어찌 그대는 한나절을 걸어왔는데 아직 까지 배도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단 말인가?” 유대인 사병이 말한다.

“사실 저도 배가 고파요, 목도 마르고요” “근데 왜 그대는 내가 주는 고기랑 술을 받지를 아니한가?” “저는 유대인입니다. 우리의 율법에 어긋나기 때문이지요” “뭐라? 전쟁터에서도 그대는 그 율법을 지킨단 말인가?” “가능하면 그러지요, 그러나 예외는 있지요” “예외라고? 그 예외가 어떤 경우인가?” “내 목숨이 위태로울 때는 그 예외가 됩니다” “그래?” 장교는 차고 있던 장검을 유대인 사병의 옆구리에 찌를 듯이 갖다 대고서는 “네놈이 그 율법을 핑계로 고기와 술을 먹지 않는다면 너는 머잖아 굶어 죽을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나의 전력손실이 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너를 당장 죽여 버리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어찌하겠느냐? 그래도 고기와 술을 먹지 않겠느냐?” 유대인 사병은 장교의 호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기와 술을 집어 들고는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그걸 보고 장교가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 어떤가? 율법을 깨고 나니 그 기분이 말이다” “저는 장교님이 왜 좀 더 빨리 칼로 저를 위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세상에는 늘 예외라는 것은 있는가 보다. 그는 한 가지 더 재미난 이야기를 덧붙인다. 유대인은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동물은 먹지를 않는단다. 그러고 보니 돼지가 되새김질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다. 한 가지 조건이 더 해진다. 발굽이 두 개여야만 된단다. 돼지는 발굽은 두 개지만 되새김질을 안 하니 못 먹고 소는 두 가지 조건이 다 충족이 되어 먹을 수 있다니, 필자가 물어보지는 못했는데 낙타도 발굽이 두 개며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인데 먹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그런데 어느 영화에서 이슬람 부족이 낙타를 통째로 사막 모래 구덩이에 숯과 함께 넣어 바비큐를 해서 먹는 장면은 본 것 같다.

술이 또 한배를 돈다. 필자가 노래 한 곡을 하겠다니 어디 해 보란다. 학창시절 서클활동을 할 때 배워둔 이스라엘 민요 ‘샤롬’을 불렀다. 그가 처음엔 약간 당황해하는 눈빛이었지만 이내 동화되어 노래를 잘한다고 한마디 거들어 준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스라엘을 버릴 수가 없지요.”

“왜 ‘트럼프’가 ‘예루샬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을 해주었냐?”하니까 형제국이라는 말을 앞세운다. 미국 정치, 경제를 유대인들이 좌지우지한다는데 유대인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까,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긍정을 한다. 그렇게 답을 하니 사회정치 쪽으로는 할 말이 없었다.

이번에는 내 의견을 앞세워 그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유대인들이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탈무드로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석학들이 유대인들의 머리가 보편적으로 볼 때 그렇게 천재성은 높지 않다고 하는 의견이 있는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 말이 맞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노벨상의 40% 이상을 유대인이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뭐라고 대답을 했는데 알아듣기가 힘들어 필자가 설명을 하고 맞느냐고 물었다. 교육방법이 특이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늘 가진 탓도 있었지만, “탈무드를 보면 하라, 하지마라, 라는 어구는 잘 보지 못했다. 이솝우화처럼 스토리가 있는 대상이 있어 ‘랍비’가 이야기하면 듣고 생각하고 이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고 자기 나름대로 결과도 도출한다.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생기고 그것을 발전시켜 독창성이 되고 나아가서는 다른 누구도 해 내지 못하는 획기적인 결과를 도출한 것이 아니냐?” 하고,

한참 후 필자의 말이 맞는다고 했다. 교육방법이 독특한 것은 세계가 다 안다고 했다. 어릴 땐 수학 세계 경시대회에 가면 특출한 기록을 못 내지만 성인이 되면 그 교육의 결과가 특별나게 나타나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단다. 필자도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의 어린 영재들이 세계 수학경시대회에서 우승을 하고서도 커서는 세월 속에 묻혀 이름도 모르는 사람으로 잊혀 가니, 그 이유를 그의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유대인의 신상 질문에 들어갔다.

200년 십자군 전쟁을 언급하며 유대인을 어떻게 알아 볼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한 이유며, 십자군전쟁은 유대인이 피해자지 그 전쟁에 참여한 전쟁당사자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해석 할 수도 있겠다. 예루살렘을 이슬람과 바티칸에서 뺏고 빼앗긴 싸움이니, 600만의 유대인을 죽인 나치는 게르만 민족과 다른 머리카락이 붉지 않고 눈동자가 푸른색이 아니면 다 죽였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그 말도 맞을듯하다, 유럽에 살던 폴란드인이며 주변 점령국 프랑스에서도 유대인이라고 생각되면 다 잡아갔는데, 그 구분이 애매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제거하는 목적이 게르만 민족 혈통을 지키려고 했다는 말이 있으니 말이다. 이 문제도 아픔이 있을 것 같아 더 이상 들어가지를 않았다. 어찌하다 대화 과정에서 5년만 탈무드를 공부한다면 필자도 유대인이 될 수 있다는 오해를 하게 되어 한참을 설왕설래했다. 결국 유대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유대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이해하고서야 나의 버벅거리는 수담(手談)영어 대담은 마칠 수가 있었다.

어느덧 밤 11시를 넘긴 시간이라 집에 가자고 딸애에게 사인을 보냈더니 그가 눈치를 채고 아니란다. 이번에는 자기가 칼을 잡을 기회란다. 의아해 했더니 아직 요리가 한 개 더 있다고 했다. 지금 오븐에서 열심히 기도 발을 받고 있다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우리나라 베이커리에서 파는 것 같은 거무스레한 초콜릿 케익을 하나 쟁반에 담아서 나왔다. 케익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오늘의 메인요리라고 설명을 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전식으로 보아달라면서, 그가 다시 커다란 칼을 후려친다. 자세히 보니 그것도 다진 고기로 만든,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것이 없어 어떻게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해야겠다.

필자에게 주빈이라며 먼저 한 점 접시에 날라준다. 맛이 좋았다. 아프리카 모르코 전통음식이라고 했다. 맛은 케밥과 우리나라 불고기 맛을 섞어놓은 것 같았다. 모양은 생일잔치에 자주 등장하는 둥근 케익 모양, 색깔은 연한 초코색, 다시 한잔 씩 더 돈다. 아빠가 보는 자식은 술이 너무 과해 보인다. 앞에 앉은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다. 뭐냐고 묻기에 들어주겠다고 먼저 약속부터 하라고 했다. 처음 주춤하더니 약속하겠다고 했다. 말해보라기에 언제 우리 애와 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술을 많이 못 먹게 말려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주변사람이 술을 권할 때도 막아주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꼭 마셔야 될 때도 스몰, 아주 작게 마시도록 감시하겠다고 했다.

밤 12시가 가까이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샤롬’,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서…

샤롬 사베림, 샤롬 사베림. 샤롬 샤롬.
레힛 레이옷 레힛 레이옷. 샤롬 샤롬.

안녕 친구여, 안녕 친구여. 안녕 안녕.
다시 만나리, 다시 만나리. 안녕 안녕.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많은 상념이 스쳤다. 우리나라 교육방식이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답형을 고르게 하고 격언이나 속담, 잠언 등도 심지어 법화경도 결론을 내려놓고 주입을 하지 않는가. 어릴 때 부모님들이 들려주시던 명심보감마저도 ‘뭐하면 뭐하고, 뭐하니 뭐하지를 말아라’라 식이니 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대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스티븐 스필버그, 존 록펠러 등등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도 유대인이다. 필자도 한때는 유대인을 단순히 돈이나 버는 수전노로 본 시각이 있었다.

학창시절 영화 ‘벤허’를 보면서, 마차경주를 하는 장면에서 내기를 하자면서 로마인과 유대인은 1:3의 비율로 돈을 걸어야 공평하다며 스스로 많은 돈을 내놓고 로마인에게 비굴하게 다가가는 모습이나,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상인’에서 유대인 ‘샤일록’이 고리대금을 하며 빌려 간 돈을 못 갚을 경우 ‘안토니오’ 살점 1파운드 떼어가겠다고 약정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해서인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유대인을 단지 타자의 시각으로만 보았다는 생각이 오늘 이곳에서 유대인을 직접 접해보고서야 내 생각이 크게 잘못됐음을 알았다.

도담 이상일 파리 특파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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