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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17회] 기쁨이 가득한 풍경

정옥임 시인l승인2019.05.15l수정2019.05.1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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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가득한 풍경

가을빛이 곱게 물든 석양의 뜰에
팔순 어머니와 반백의 아들이
나란히 앉아

어머니 오냐 어머니 오냐 어머니 오냐
어머니 오냐 어머니 오냐 어머니 오냐
어머니
오오냐

곁에 있던 감나무가 그 마음 알겠다는 듯
잘 익은 홍시 하나 가만히
아들의 손에 내려주고 있다.
      -저자 유양휴 [기쁨이 가득한 풍경] 전문-

유시인의 두 번째 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이 시를 읽고 있을라치면 그림이 왠지 술술 그려질 것이다. 그림이 잘 그려지는 시가 나는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통일감 일관성이 뛰어난 시이기 때문이다.

이시는 대화가 한마디도 없다. 단지 어머니의 속말 오냐! 한 마디에 하늘 땅 만큼 커다란 사랑을 함축하고 있다. 대단한 구성력이다. 이러한 스킬은 시인의 의도된 장치이다. 이상 시인의 13명의 아해 오감도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감나무조차 어머니 손에 감을 내려주지 않고 아들 손에 내려준다. 따뜻한 시이다. 반백의 아들일지라도 어머니 앞에선 언제나 서너 살의 아이일 뿐이다.

나와 유시인의 등단시기가 엇비슷하다. 벌써 23년 전이다. 그 때 유시인의 첫 시집에 감동 받아 책값을 두둑이 건네고 한 권을 받았다. 아깝지 않았다. 그 후로 내가 근 십오 년을 못 만나다가 요 근래에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후로는 무슨 작은 구실을 삼아서라도 점심 자리를 자주 마련한다. 내가 어색해 할까봐 잘 아는 문인을 대동한다.

작은 구실이라는 걸 하나 소개하자면 두 달 전 골프타임즈에 연재하는 9회 정옥임 시 산책 클릭 수가 12967회라 했더니 곧 바로 점심 사겠다고 나섰다. 매번 이런 식이다.

주변에 친구가 많아졌다. 이것이 삶의 좋은 윤활유가 되고 있음을 자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시를 쓰는 외에도 한국수석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입석 성모상 수석을 나에게 선물했다. 약한 신앙심을 북돋기라도 하듯 아침에 일어나면 마주 바라보며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듯하다. 어마어마한 큰 바위의 기를 불어 넣는듯하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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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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