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동시

재롱잔치 끝나
인사하고
마주 섰는데,

수연이가
깨금발로
내게 뽀뽀 했다.

나는 생각 없이
손등으로
입술을 쓱 닦았다.

갑자기 수연이가
앙앙 운다.

나도 따라
앙앙 울었다.
     -저자 정옥임 [뽀뽀-동시] 전문-

사람은 원래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의 등이 붙어 있었는데, 하느님이 일직선으로 갈라놨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 나온 글이다.

두 사람이 붙어 있으면 식물처럼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갈라놨을까?

사람은 어려서부터 누군가 찾는다. 6살 유치원 남자아이에게 맘에 드는 눈이 큰 여자아이가 생겼다. 첫사랑의 시작이다. 아이는 집을 나서면서 여자아이를 기쁘게 할 뭔가를 궁리한다.

그런데 어느 날 라이벌이 생겼다. 6세 남자아이는 영화 석양의 무법자에 나오는 장고처럼 굳은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라이벌인 남자아이는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에 놓였다. 여자아이 쪽 부모와 서로 친할 뿐 아니라 거들어주는 완전한 편인 친구도 있었다. 어느 날 6세 남자아이는 목을 벌겋게 긁혀왔는데, 누가, 누가 그랬냐고 물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재롱 잔치가 있던 날, 아이는 포기 선언을 했다. 눈 큰 아이를 대로에게 양보 할 수밖에 없으며, 자기는 선아와 춤추겠다는 것이다.

태초에 사람을 만들 때 붙였다 떼어내지 말고 금 고리(골드 낫소)나 아니면 투명 고리로 미리 표식을 해 두었으면 시간과 정열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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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