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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사유(思惟)의 창 17회] 즉흥성의 장미 일곱 송이

“마음을 전하는 꽃...오늘 내 생일이거든요?” 전미야 작가l승인2019.05.07l수정2019.05.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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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사람은 언제부터 상대에게 꽃을 선물하기 시작했을까? 그것은 어쩌면 인류의 기원과 거의 때를 같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 아득한 옛날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하던 시절, 돌도끼나 나무창을 들고 사냥감을 쫓다가 숨이 차올라 언덕에 주저앉아 잠시 쉬는 참인데 마침 옆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어 몇 송이를 꺾어서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부족의 어느 여자에게 슬그머니 건네며 싱긋 웃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꽃이 그렇게 마음을 전하는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어떤 의식(儀式)에도 일찍부터 쓰였다는 것은 구석기시대의 무덤에서 다량의 화분(花粉)이 발견되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함께 어울려 살다가 먼저 죽어 이승을 떠나게 된 자의 무덤을 만들면서 견딜 수 없는 이별의 슬픔에 꽃들을 꺾어다 시신을 덮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는 그 위를 다시 돌이나 흙으로 덮었으리라.

꽃은 식물의 생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수정이 이뤄지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 속의 씨앗으로 번식을 한다. 그러므로 꽃을 선물한다는 것은 단순은 아름다움 이상으로 생육과 번성을 비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된다. 어떤 예식(禮式)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사(慶事)에서는 말 그대로 생육과 번성을, 조사(弔事)에서는 죽은 자가 저승에서 다시 부활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런 꽃을 선물함에 있어 어떤 대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 그 대상이 꼭 타인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지난해, 아들 며느리들이 모두 휴가 날짜를 서로서로 조정해 맞춰서 여행을 떠났었다. 휴가 여행이면서 이름 붙여지기는 나의 생일 기념 여행이었다. 내 생일은 갈바람 살랑이고 들국화가 향기를 풀어 감성을 자극하는 계절인데 정작의 내 생일 보다도 몇 달이나 앞서 치르는 행사(?)인 셈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제날짜에 생일을 챙겨먹기가 힘든 세상이 됐다. 생일이라고 갖는 가족 모임도 제날짜에 앞선 주말을 택하게 마련이다. 각기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모두가 직장에 매인 몸들이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정작의 생일날은 비록 자식들이 전화를 주기는 하지만 혼자서 지내야 한다. 찬밥 덩이 한 술 뚝 뜨면서.

이번의 생일이라고 다르랴. 주말에 다녀간 자식들의 전화에 걱정 말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찬밥 한 덩이를 뜨고서 그릇을 치울 생각도 못하고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이게 아니지 싶어 옷을 갈아입고 나가 이것저것 구경하며 한 바퀴를 돌고는 다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현관문을 열려다가 거의 돌발적이다 싶게 돌아서서 다시 내려가 걸음을 재게 놀려 꽃집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장미 일곱 송이를 사며 예쁘게 포장해달라고 했다. 마음 같아서는 칠십 송이를 사고 싶었지만 그러기까지는 부담스러웠던 것인데, 그걸 받아들고는 꽃집 주인에게 묻지도 않은 말을 던지고서 돌아 나왔다.

“이 꽃은 나한테 선물하는 거랍니다. 오늘 내 생일이거든요.”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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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작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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