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언제부터인가 갑질 사건에 대한 보도를 종종 접하게 된다. 물론 오랜 전부터 있어왔던 것이기도 하지만 그게 ‘갑질’이란 이름으로 사회문제화 되어 표출되면서 대중들의 공분(公憤)을 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크든 작든 그런 갑질 사건을 직접 겪게 되거나 보도 따위를 접하게 되면 공분을 하는 한편 사람으로서 어찌 그럴 수 있나 싶고, 그런 천민적 사고방식이나 문화에 씁쓸해질 뿐만 아니라 내가 그러한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자체에 슬퍼지면서 탄식의 마음을 감추기가 어려워지곤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 갑질 문화가 아주 오래 전부터 뿌리 깊게 이어져 오고 널리 퍼져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은 또 다른 대상의 갑이 되고, 그런 식으로 이어지면 갑이 아닌 사람이 없고 을이 아닌 사람이 없으니 누구나 ‘갑질’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인데,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 되지도 않을 오만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박한 군림과 멸시라고도 할 수 있는 그 갑질은 특히나 우리 사회에 어떻게 퍼져 사회문제로까지 표출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그것은 저 봉건시대의 잔재와 아직도 버리지 못한 유교문화의 찌꺼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봉건 지주와 노비의 관계, 그리고 장유유서 따위의 수직 계층적 사회도덕 관념들이 현대에 와서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지배와 피지배로써의 종속관계로 나타나 못가진 자에 대한 멸시와 피지배자에 대한 속박을 일삼는 것이고, 또한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희박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자리에 앉게 되었음에도 으레 나이부터 따져 한 살이라도 적으면 곧장 하대로 이어지는 식인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좋은 점은 배제하고 악습만 답습해 내려와 상대 위에 군림하려고만 드는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민이 평등한 현대사회에서 그런 인식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걸 알기에 갑질을 행하는 당사자도 당장은 만족할지 몰라도 돌아서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천박한 이기주의에 마음 편할 까닭이 없다. 의식의 한쪽 발은 봉건 잔재를 디디고 있고 또 다른 한쪽 발은 현대사회에 딛고 있는 형국이니 말이다. 그렇게 양쪽에 걸쳐 발을 딛고 있으니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점점 멀어지다 보면 속된 말로 가랑이가 찢어져 결국은 고꾸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 멀어지기 전에 한쪽 발을 옮겨 같은 곳을 두 발로 디디고 서야 한다. 그렇다고 과거가 돼버린 봉건 잔재 쪽으로 갈 수는 없다. 그러면 답은 나온다. 현대사회로 옮겨 두 발을 딛고 서서 미처 따르지 못했던 의식도 현대화시키는 것.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돌아서면 스스로도 불편해지는 그런 것들은 이제 거둬들여야 되지 않을까.

그림=김태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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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