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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사유(思惟)의 창 14회] 인간의 수명

“너무 늙으면...저 세상에 가고 싶은 날이 올 거예요” 전미야 작가l승인2019.04.16l수정2019.04.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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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예전에 읽었던 오래된 책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다시 읽다 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그러니까 에밀 졸라가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입을 통해 한 말이다 ‘너무 늙으면 틀림없이 저 세상에 가고 싶은 날이 올 거예요.’ 그런가 하면 ‘인간의 오랜 꿈은 조금이라도 더 장수하는 것이다’는 말 역시 어렵지 않게 들어오는 것 중 하나이다. 이 두 명제는 그것만을 놓고 볼 때 서로 이율배반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양쪽 모두에 고개를 끄덕이는 편이다.

어느덧 작년의 일이 되고 말았는데, 호주의 최고령 과학자인 104세의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스스로 안락사를 원해 스위스로 떠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호주에서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불치병에 걸리거나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이 안락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달 박사는 불치병에 걸리지도 않았고 102세까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컴퓨터를 다루며 연구 활동을 해왔는데 건강이 나빠지면 불행해질 것 같다며 안락사가 허용되는 스위스로 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스스로 안식에 든 것이라 표현하는 게 좋겠지만, 그렇다면 마냥 오래 사는 게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가 끝날 때쯤의 평균수명은 44세 정도였고, 60년대는 53세, 70년대는 62세이던 것이 현재는 82세라고 한다. 평균이 그러니 100세를 넘기는 사람도 많고, 말 그대로 100세 시대인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해온, 그러니까 삶이 윤택해지고 의학이 발달한 결과이다. 그리고 이것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수명은 머지않아 150세에 이르게 될 것이고 200세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구달 박사는 ‘건강이 나빠지면 불행해질 것 같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건강이 나빠지지 않는다고 쳐도 150세나 200세까지 산다면, 물론 개인차가 있기야 하겠지만, 삶이 지겨워지지는 않을까?

그런 우문(愚問)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오래 산다는 것도 힘겨운 일일 것 같다. 막상 닥치면 어떨지 몰라도 150세, 200세까지 산다면 끔찍할 것도 같고 말이다.

그러는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삶이 지겨워지기 전에 자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것도 불행한 일일 것 같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나 우리의 일반적인 정서로 보나 자살이 죄악시되고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되고 있는 현실에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해야 한다는 그 자체가 엄청난 정신적 압박일 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구달 박사는 그런 정신적 압박을 이겨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이 빨리 죽어야겠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너무 늙으면 틀림없이 저 세상에 가고 싶은 날이 올 거라’는 저 에밀 졸라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 한 말이 틀리지는 않는 것 같은데, 저 세상에 가고 싶은 날과 자연사가 딱 맞아떨어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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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작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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